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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모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원장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긴 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이제 아침, 저녁의 서늘함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근 지구 곳곳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기상 재해현상을 보면 올 여름 한반도의 폭염이 일과성 이상기온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올해 폭염의 원인은 외부에서 가열된 공기가 국내로 유입돼 지상 5~7㎞에 위치한 정체성 고기압 현상으로 뜨거운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해 열이 축적되는 열돔현상(heat dome)으로, 습도까지 높아지면서 사람과 동물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유례없는 무더위가 맹위를 떨쳤던 올 여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6.7일로 기상청이 날씨를 관측한 197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인천지역은 1994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더웠다.

 이에 따른 2016년 전국 온열질환자는 2천125명으로 작년 1천56명보다 두 배 증가했고 사망자도 17명으로 작년 11명보다 증가했다. 인천의 경우 올해 101명의 환자 발생으로 작년 32명 대비 세 배나 증가했으며 사망자도 발생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폭염은 해마다 강해져 2029년에는 폭염 연속 일수가 연간 10.7일로 늘어나고 고열에 노출돼 발생하는 열사병 등 온열질환 사망자가 매년 100명에 육박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온열질환 외에도 예측되지 않은 기후변화는 생태계 이곳저곳에 변화를 초래해 감염병을 야기시켜 시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올해 초 남미로부터 시작된 모기로 전파되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후진국병으로 알려진 콜레라균의 15년 만의 재출현, 여름철이면 매년 발생하지만 올해에는 특히 ‘인천지역 숙박시설 폐쇄’로 떠들썩했던 레지오넬라증 등이 그 예다.

 필자는 보건과 환경분야 연구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감염병 유행 판도가 점차 바뀌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와 기후변화에 따른 감염병 발생 피해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마련된 인천시의 기후변화 관련 대비상황을 살펴보면 내년에 ‘인천기후환경연구센터’를 설치해 녹색기후기금(GCF) 등 국제기구와 유관기관과의 협력으로 환경개선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대기, 수질, 토양의 환경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해 환경위험인자 감지에 노력하고 있으며 모기와 진드기 등 감염병 매개체 채집 조사를 통해 감염병 병원체 유무 확인검사 및 의료기관내 법정 감염병 확인진단으로 감염병 발생 유행예측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시 감시체계는 지역 내 발생하는 시민의 불편 요인들을 감지해 내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과학적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단순 모니터링만으로는 폭염 등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질병 발생 대비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2015년 5월 메르스 첫 환자 발생 후 단 두 달 만에 186명 확진 판정 등 사회 전반의 혼란을 생각해 보면 보다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촘촘한 대응체계와 유관 기관 간 긴밀한 협력 등 사전 대비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 여름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핫 이슈였다. 참을 수 없는 폭염과 밤까지 이어지는 열대야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누구에게나 절실했기에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생사가 걸린 감염병 대응 관련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단순 전기요금 폭탄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건강한 삶, 살기 좋은 미래를 계획한다면 조금 더 냉정하고 과학적인 대비가 지금 바로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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