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80부작으로 기획한 '왕의여자'를 '40회+α'로 사실상 조기종영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임대해 방송하는 사업자가 시청자와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과 함께 조기종영은 연장방송과 마찬가지로 방송프로그램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이다.

김태현 경실련 미디어워치 부장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긴 것이다.방송사가 편성 자율성을 갖고 있지만 편성의 변경은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시청률 때문에 프로그램이 들어갔다 빠졌다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기종영은 제작진의 자율을 위축해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방해한다"면서 "짧은 시간의 시청률로만 프로그램을 평가하면 방송사에는 축적되는 게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종길 방송영상진흥원 책임연구원도 "'왕의여자' 드라마의 품질을 떠나 명확한 이유없이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시청자와의 약속을 쉽게 저버린 행위"라고 평했다.

그는 방송사들이 시청률 때문에 수시로 개편을 하는데 그로 인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송 책임연구원은 광고에 의존하는 상업방송이 광고악화를 이유로 드라마를 조기종영하는 데 대해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해 이익을 내는 방송사인데 국민과의 약속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 그리고 SBS가 경영상태가 어려운 지경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학부 교수도 "'고무줄 늘리기'는 구성의 긴밀도를 떨어뜨리고, '조기종영'은 드라마 전개의 파행을 초래해 프로그램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측면에서는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완성도 높은 방송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며 국가적으로는 방송 자산을 갉아먹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는 사전 전작제를 하지 않아 빚어지는 파생문제라면서 '연장방송'이나 '조기종영' 모두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시청자 영합주의, 시청률 지상주의의 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왕의여자' 팬들도 조기종영 방침이 알려지자 SBS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프로그램 게시판에 '왕녀(왕의여자)를 살려달라'는 내용의 글을 1천여건 이상 올리며 '조기종영'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시청률이 한자릿수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청해온 시청자들의 의견은 묵살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SBS 측은 현재로선 '왕의여자'에 대해 '40회 이상'을 보장하고 상황에 따라 종영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SBS '왕의여자' 프로그램 광고는 지난 10월과 11월에는 100% 판매됐으나 12월에는 판매율이 60%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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