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재는 당초 LG그룹 150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난 서정우 변호사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일단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반면, 최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의 당 대선자금을 자체 파악한 뒤 이를 전면 공개할 의향이 있음을 밝히며 이 전 총재의 선 대선자금 고해성사를 압박했다.
최 대표는 이날 양산 통도사에서 열린 월하스님 다비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자금을 전면공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파악이 안됐다”면서도 “알아보고 충분히 논의한 후에 할 의향은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당 차원의 대선자금 공개여부에 대해 “당으로선 대선자금 전체에 대해 알 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다”면서 대선자금 전모에 대해 밝힐 의향도, 밝힐 능력도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최 대표는 또 `이회창 전 총재가 아는 범위에서라도 대선자금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공감을 나타내면서 “그러나 나는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다”고 직답을 피했다.
최 대표가 자체 조사를 통해 대선자금 전모를 파악한 뒤 이를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당이 밝히기 전에 이 전 총재가 먼저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전 총재측을 압박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날 오전 홍사덕 총무가 옥인동을 방문, 이 전 총재와 대선자금대응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검찰 수사의 편파성을 지적하며 특검을 통한 대선자금 실체 규명방안에 대한 이 전 총재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의 `대선자금 공개 의향'에 대해 이 전 총재측은 “당에서 조사해서 밝히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파악하기가 힘들텐데 실제 밝힐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측근은 이 전 총재에 대한 `선 고해성사' 주장에 대해 “이 전 총재가 당사자라고는 해도 전체를 알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좀 더 검찰 수사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해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입장표명을 늦출 것임을 시사했다.
이 전 총재측의 이같은 방침은 당사자인 이 전 총재도 대선자금 전체 내역을 파악하기 힘든 데다가 검찰이 일괄적으로 수사를 발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개 기업씩 차례로 밝히고 있어 자칫 일부 누락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날 경우 `축소·은폐'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선자금 문제는 한나라당과 이 전 총재를 분리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당과 이 전 총재측간에 사전조율과정을 거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 시점에서 이 전 총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없으며 카드를 쓴다면 당에서 써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 전 총재와 당간에는 아무런 갈등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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