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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유·무의관광단지 조감도<사진=기호일보 DB>

인천시민들이 다같이 먹고살자고 벌인 외자 유치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그것만이 인천을 추켜세우고 인천이 나아가야 할 길인 줄만 알았다. 정치인들은 안달했다. 되든 말든 매머드급 개발사업을 터트리지 못하면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을 잃는 것처럼 법석을 떨었다. 현실가능성은 둘째치고 한껏 부풀린 외자 유치는 정치인의 생명 연장 수단이었다. 거간꾼들도 덩달아 날뛰었다. 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해외 투기자본은 죄다 자기들 것인 양 호들갑을 떨었다. 땡전 한 푼 국내로 끌어들이지도 못할 외국 자본을 거들먹거리며 수조 원을 주무르는 대자본가 행세를 했다. 외국 호텔 벨보이 출신 호텔리어가 국내에선 불세출의 ‘디벨로퍼(부동산 사업가)’로 둔갑했다. 그 몰이꾼들은 송곳 꽂을 땅 조각조차 확보하지 않고 남의 땅을 제멋대로 재단했다. 수조 원에서 수백조 원짜리 그림을 그렸다.

개발사업과 투자 규모로 얼룩진 자극의 세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강도를 더했다. 정치인들은 가물거리는 신기루의 꼬임수에 장단을 맞추고 추임새까지 넣었다. 그 뚜쟁이들에게 밥상을 차려 주고, 그것도 모자라 숟가락에 고기 반찬까지 얹혀 주는 꼴이었다. 장사치의 간사한 혀 놀림에 놀아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넙죽 땅을 바치다시피 했다. 용유·무의관광단지 사업이 꼭 그런 꼴이다. 1999년 4조2천억 원 규모로 시작한 이 개발사업의 면적은 623만㎡에 이른다. 느닷없이 원 시티(One City)에서 에잇시티(8 City)로 이름이 바뀌더니 사업비는 317조 원, 개발면적은 공유수면을 포함해 3천20만㎡로 부풀려졌다. 외자 유치는 ‘0원’이었다. 총 사업비의 0.0019%밖에 안 되는 국내 투자금(63억 원)은 ‘사업시행자’인 간상(奸商)들의 허세를 치장하는 유흥성 노잣돈에 불과했다. 근 20년 동안 400조 원에 달하는 인천에서 벌어진 대형 개발사업과 외국인 투자유치<표>가 대부분 이런 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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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곪아서 문드러졌다. 잇속에 밝은 개발 대상지 땅 주인들은 곧 터지고 말 것 같은 장밋빛 계획을 철석같이 믿고 문턱이 닳도록 은행을 들락거렸다. 땅을 담보로 빚을 내 새 땅을 사들였다. ‘깡통집’을 짓고 나무를 심었다. 수용을 기다라며 ‘한탕의 보상’을 노린 것이다. 허황된 개발의 불빛에 몰려드는 부나방들이었다. 보상은 기약없이 늘어지고, 은행 대출금은 이자에 이자가 붙어 파산 지경이 됐다.

‘개발사업 무산.’ 끝내 은행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 땅 주인들은 갖고 있던 땅을 경매로 내놓아야만 했다. 대대로 내려오던 농토를 지어 먹고 살았던 촌부(村夫)들은 모든 재산을 내놓고도 하루아침에 ‘비닐하우스 신세’의 빚쟁이로 몰렸다. 이도 저도 없이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보상을 노리는 땅 주인들의 토지형질 변경에 떠밀려 거리로 나앉았다. 날품팔이 인부로 공사판을 전전했다. 위정자들도 늪과 같은 대형 개발사업의 마수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본보는 잘 먹고 잘 살아 보자고 시작했다가 쪽박을 찬 인천의 대형 개발사업 실상을 되짚어 본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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