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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진 전 인천 안산초교장
인간은 동료나 이웃 주변 사람과 상호 교류하는 가운데 다툼과 우정의 싹이 튼다. 우정의 싹은 바른말보다는 득이 되는 말에 더 호감이 있고 상대에게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입안에 이빨이 빠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봐도 혓바닥이 빠졌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는 말처럼 인간의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부드러운 말과 좋은 인상을 줌으로써 인간관계는 오래 지속한다. 오랜 기억 속에 남는다는 사실은 덕과 양보의 미덕, 언어적 습성에 있다.

 ‘유능제강(柔能制剛)’이란 말이 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모두 다 강하기를 바라지만 부드러움은 사실 강한 자보다 더 우월하다. 일상생활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비극이 얼마나 많은가? 이는 자신의 마음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대한 참음과 타협할 줄 모르는 데서 오는 비극이다. 때로는 돌아서서 마음을 가다듬는 부드러운 자세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어제까지는 자랑스러운 친구라며 죽마고우인 양 전국을 함께 누비고 해외까지 함께 다니던 다정한 친구를 보았다. 그러나 이들은 갑자기 금전적 이해관계에 봉착되면서 우정은 오간데 없고 소송까지 가며 죽기 살기로 상대를 비방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격이다. 내가 조금 손해 본다는 자세로 덕을 베풀고 양보하는 공동체 생활의 미덕이 요구되는 문제이다. 그동안 같이 다니면서 즐거웠던 추억은 어디로 갔는가? 상대가 지나치다 싶으면 거리감을 두고 지켜보면서 ‘유능제강’의 부드러운 마음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진리를 알아야겠다. 사람의 마음이 변화하는 것처럼 모든 변화는 우주의 섭리이며 삶의 진리이다. 변화의 철학을 알면 모든 삶은 평화를 유지할 것이다. 자기 주장이 옳다고 상대의 주장이 부정돼서는 아니 될 것이다. 변화의 시대에 교직자는 변화에 대한 교육의 이론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의 교육자상 정립이 요구된다. 20세기 모더니즘의 유행에서 파생된 개인주의, 이기주의, 고학 만능주의, 쾌락주의 등은 우리 사회의 내일과 교육의 앞날을 염려하는 바가 크다. 우리의 5천 년 역사는 결코 우연으로 봐서는 안 되며, 이는 우리의 고유문화와 정신문화의 결과이다. 그러나 서구의 외래 문물 유입으로 젊은 엘리트라는 많은 세력이 서구의 사대주의의 혼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갈등이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현실에 직면해 공동체적 삶의 확산이 요구된다.

 서구의 철학자 중 생명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동아시아의 철학자들이다. 18세기 영국 데이비드 흄은 경험론에서 3차원을 넘어서지는 못해도 불교의 연기론을 붙잡았다. 20세기 독일의 후설은 현상학으로서 역사를 유지했으며,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상대성의 4차원 세계는 불교의 무한차원에 들어가는 입문에 불과했다. 이러한 서양의 철학이 그 나라의 가치체계를 유지해 온 것처럼 우리의 전통유교 사상도 존중돼야 하지 않을까? 이제 세계를 도덕 윤리가 기본이 되는 인품을 소유하고, 자기 뜻을 조금 양보하려는 공동체 생활의 기본사상이 끌고 가야 할 시대인 것 같다. 그러므로 교육의 현장에서도 이에 부응한 교육적 처방이 요구된다.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덕과 양보로서 문제를 해결하며, 인과 효를 기본으로 공동체 생활상이 요구된다는 현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말로 해서는 듣지 않고 논쟁만 하는 것이 오늘의 사회 풍조인 것 같다. 서구의 철학은 유행이 부른 임시적 부분이지만 우리의 전통사상은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생활의 포괄적인 철학이다. 우리는 현실에 맞게 발전시켜 가면서 반성할 부분은 과감히 고쳐가면서 넓은 세계관과 높은 이상형의 교육적 상황을 대처하는 전문적인 교직자의 자질 함양이 요구되는 시기에 체계적인 교육계획의 바탕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 끝으로 공자님의 말 한마디를 소개하면 군자는 덕을 생각하고, 소인은 살 곳을 생각하고, 군자는 법을 무서워하고, 소인은 정실에 치우친다는 말이다. 우리는 교육 현장이나 가정에서 지식과 지혜의 교육에 바탕을 둔 군자의 정신이 뿌리내리도록 덕과 양보하는 공동체 생활의 기본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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