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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범섭 (재)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바이오센터장
미래학자인 스탠 데이비스는 앞으로 다가올 2020년대는 바이오경제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만큼 바이오기술이 인류에 편익을 가져다 주는 기반기술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19년 세계 바이오시장 규모는 약 4천273억 달러(490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이오는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를 약칭하는 것으로서 언제부터인지 영어가 아닌 보편적인 외래어가 돼 우리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말이 됐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가깝게 다가와 있는 단어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바이오기술은 질병, 식량, 환경, 에너지 등 인류가 직면한 4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의 단점은 제품화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개의 좋은 제품을 만들면 소위 말해 대박이 터진다. 바이오의약품 한 개의 매출이 10조 원 이상이 되는 제품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바이오를 전략산업으로 선정해 지원 및 육성을 활발히 하고 있고 인천시도 바이오를 전략산업으로 선정해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다.

현재 인천의 가장 큰 단점은 타 지역에 비해 바이오기업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국 대비 2% 정도이다. 타 지역의 기업을 인천으로 유치하거나 창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아울러 기반기술을 공급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나 대학이 들어와서 바이오기업과 협력해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모델인 클러스터가 조성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바이오클러스터로는 싱가포르의 바이오폴리스, 미국의 샌디에고, 영국의 스코틀랜드, 일본의 오사카 등이 있다. 이들 클러스터의 공통점은 유명한 대학이나 연구소가 기술공급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천이 과연 바이오클러스터가 성립되기에 만족할 만한 조건이 되는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수년간 바이오산업 지원업무를 수행한 경험에 의하면 기업이나 기관들이 요구하는 첫 번째 조건은 연구소나 공장을 설립할 수 있는 부지 또는 분양 건물이나 임대공간 등이 타 지역보다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저렴한 비용으로 공간을 공급할 수는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철저한 검토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가격이 설정돼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바이오분야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 핵심추진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현재 기관별로 나눠져 있는 바이오분야에 관련된 정책 수립, 기업유치 및 기업지원 등을 일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기관이 설립돼야 한다. 그러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 전국의 16개 지자체에 25개나 있다. 인천은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바이오센터에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시설이나 인력의 측면에서 타 지자체에 비하면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세 번째로는 기업이나 연구소의 직원이나 연구원을 위한 주거시설, 편의시설, 교통수단이나 문화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서 일정지역 내에서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핵심기술을 가진 외국의 과학자가 중심이 돼 기술개발을 주도해 나가는 방향으로 클러스터가 추진됐는데 심지어 언어까지도 이러한 외국인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환경이 강점이 되고 있다. 네 번째로는 인력수급이 원활해야 한다. 다행이 인천이 수도권에 있어서 타 지역에 비해 유리한 면도 있지만 아직도 송도가 국내에서의 접근성이 양호하지 못하다고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타 지역에 있는 기업의 이전이 꺼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인력수급의 경우 지역 내에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지역의 인재가 지역의 기업이나 기관에서 일하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 현재 인천에는 가천대, 인천대, 인하대, 연세대 및 겐트대(오스트리아) 등 바이오 관련 대학교가 있다. 인천시의 경우 경제자유구역에 이전하는 기업에 일부 세제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타 지역에 비해 전반적인 지원 수준은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종합해보면 인천은 분명히 타 지역에서 부러워하는 여건을 갖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인천시에서 주도가 돼 그러한 여건을 잘 살려서 기업이 일하기 좋은 시스템이나 환경을 만들어 앞으로 다가올 바이오경제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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