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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변호사
트럼프는 미국의 국격이 의심되는 후보였다. 수많은 스캔들이 있는 후보였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후보였다. 지식과 경험 면에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따라 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당선됐다. 세상사란 늘 이변이 연속되기 마련이다. 지난 8년간 오바마 행정부에서 상실감을 느낀 백인들의 반란이었던 거다. 1990년대 미네소타 지역 주민들은 프로레슬러 제시 벤추라를 주지사로 당선시켰다. 주지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는 당선됐다. 프로레슬러에 불과했던 제시 벤추라도 분명 정치계의 아웃사이더였다. 그러나 미네소타 주민들은 기존 정치판에 환멸감을 느꼈었다. 그리고 현상을 뒤집어 버렸다. 아웃사이더였던 제시 벤추라를 주지사로 당선시켰던 것이다. 기존 정치판에 대한 환멸과 분노가 어디 미국뿐만이랴! 한국도 지금 예외가 아니다.

 어느 법정에 들어갔었다. 그 법정의 정리가 이야기한다. ‘이게 나라에요?’ 한국 정치판도 요동치고 있다. 국민이 맡겨 놓은 권력을 사적인 인연을 갖고 그동안 농단을 허락했다. 아니 대통령 스스로 국정을 농단했다. 겉으로는 문화융성, 창조경제 등을 외쳤지만, 속으로는 재벌들을 독대해 기부금을 걷었다. 심지어는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에 대하여도 기부금을 내게 하더니,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기 하루 전날 반환하는 촌극도 벌였다. 지난 주말에는 20만 명 이상 시민이 모였고, 이번 주말에는 100만의 촛불이 모였다. 서울의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그들의 분명한 의사를 표시했다. 그들의 분노와 함성은 박근혜의 하야, 퇴진이다. 탄핵이다. 시민들은 가족 단위로 나와서 시위 대열에 자진 참가했다. 성난 시민, 근로자, 중고등학교 학생, 대학생, 보수와 진보의 진영을 상관하지 않는 등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의 구호는 야당 정치권보다 더 앞서 나갔다. 철저하게 농락당한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반사적 행동이다. 서울뿐만 아니다. 제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인천 등지에서 모였다. 해외의 대학생들도 이곳저곳에서 박근혜 하야를 주장했다. 40년의 사적인 인연을 구별하지 못한 못난 대통령의 모습에 대한 주권자인 국민들의 저항이다. 박근혜의 선거부정이 새삼 떠오르고, 박근혜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기공약이 마음을 후벼 판다.

최순실, 차은택, 안종범, 우병우, 안봉근, 정호성, 이재만 등은 대통령의 사적인 인연을 통해 철저히 국정을 지배했다. 언론을 통해 국정 농단 사례가 파헤쳐지면서 주권자인 국민들은 이들의 농단 사례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음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한다. 박근혜를 찍었는데, 정말 이럴 줄 몰랐다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검찰이 과연 제대로 된 수사를 해 줄까? 문제는 국민주권의 힘이다. 주권자의 힘이 어디까지일까에 달려 있다. 주권자들의 힘이 청와대의 버티는 힘보다 강하면, 박근혜는 하야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주권자들의 힘이 박근혜의 버티는 힘보다 약하면 시위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하지만 주권자들의 힘은 생각보다 더 강하다. 여기에 정치권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87년 민주화의 봄 이후 최대의 시위가 되었고, 이 시위는 박근혜가 퇴진할 때까지 계속 이뤄질 것이다.

 주권자들은 먼저 박근혜의 퇴진과 구속을 원한다. 박근혜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범법자이다.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헌법과 법률을 유린했다. 해양경찰청 폐지, 백남기 농민 살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드 배치 강행, 위안부 할머니 밀실야합, 개성공단 폐쇄, 예술인의 블랙리스트 작성, 노동 배제와 탄압, 언론과 인터넷 통제를 권력을 통해 했다. 이 땅을 ‘헬조선’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가 있는 한 국정혼란과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주권자들은 이번 시위를 통해 기득권층의 교체와 개혁을 원한다. 권력자의 교체가 목표가 아니다. 온갖 부패, 부조리, 권력남용으로 선량한 국민들을 생존위기로 몰고 간 정권, 사법부, 보수언론, 종교지도자, 어용지식인, 전문가집단에 대한 시스템을 해체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여소야대의 국회는 그래서 각종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해야 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이 시위를 통해 동력을 얻어야 한다. 셋째는 이번 시위를 통해 한반도에 정의롭고, 평화로운 민주공화국이 건설돼야 한다. 이번 시위의 질서정연함과 평화로운 모습은 시위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100만 시위대의 분노는 아름다운 민주공화국의 건설을 만드는 동력으로 승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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