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수 전 시장과 켐핀스키 그룹간 기본협약.
거짓으로 덧칠한 거대 음모를 부국(富國)의 길인 양 치장한 거간꾼과 투자자의 농단, 표(票)와 자리 보전에 눈 멀어 옳고 그름의 경계마저 허문 정치인과 공무원의 무능과 부패, 눈앞의 몰락 속에서도 인생 역전에 굶주려 한 탕의 올가미에 갇힌 일부 주민들의 탐욕. 그 집합체가 바로 에잇시티(8CITY)의 실체였다.

 8CITY 계획 규모는 마카오의 3배인 79.5㎢에 달했다. 육지부 24㎢에, 해상부 55.5㎢이다. 그 형상은 두바이의 인공섬 팜주메이라와 닮은꼴로 짝퉁에 지나지 않았다.

 해변을 따라 길이 14㎞의 일체형 튜브 구조인 이너서클과 최고 높이 200m·폭 880m·길이 3.3㎞로 세계 최대의 단일 건축물(총면적 495만㎡)인 메가 스트립은 망상에 불과했다.

▲ 영길 전 인천시장 중동 출장 모습.
총 99만㎡의 터에 55개 고층 건물들로 이룬 피라미드 타운과 5만 석 규모의 초대형 공연장을 포함한 495만㎡의 한류스타 랜드 등도 세계 ‘최고’, ‘최대’, ‘최초’의 장막으로 차린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 도시를 순환하는 자기부상열차와 트램, 전기자동차 등의 교통시스템을 갖춘 이 세계 최고의 랜드마크들은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 대규모 투자와 앵커시설의 사전 유치로 일괄 보상과 함께 동시 착공에 들어가는 ‘원 플랜 원 샷’ 방식이었다.

8CITY 건설사업은 토지보상금만 6조8천억 원이었다. 해안을 매립한 도시의 기반시설비만 해도 33조 원에 이르렀다. 토지보상비는 한국투자증권과 연기금, 국내 금융권을 통해 3조 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나머지는 아부다비와 카타르 투자청 등 중동 오일머니를 끌어들일 작정이었다.


㈜에잇씨티는 기본계약 최종 해지 1년을 앞둔 2012년 6월 영국의 부동산 투자회사인 SDC그룹과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협정을 맺었다고 거짓 선전을 했다. K컨소시엄(200만 달러)과 대우건설(15억 원), 대한항공(15억 원), C&S자산관리(10억 원) 등이 출자한 63억 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에잇씨티가 궁지에 몰리자 꼼수를 쓴 것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무일푼의 국내외 투자유치를 들어 ㈜에잇씨티에 수차례에 걸쳐 기본협약 해지 통보로 압박했다.

▲ 송영길 전 시장 영국 부동산투자회사와 협약.
2007년 7월 ㈜에잇씨티 투자자인 켐핀스키와 맺은 기본협약은 인천시의 무능을 그대로 보여 줬다. 서명의 당사자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이환균 전 인천경제청장이었다.

 기본협약은 용유·무의 전체의 개발독점권을 켐핀스키에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내용대로라면 인천시는 공유수면을 매립하고 토지를 수용해 조성원가 이하로 켐핀스키에 바쳐야만 했다.

시는 3개월 안에 토지 수용을 위한 해외 투자유치 등의 의무 위반 사유를 들어 켐핀스키와의 기본협약을 당장 해지할 수 있었는데도 꼬박 6년을 미적거렸다. 이 와중에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당선되자마자 2011년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켐핀스키의 실체와 투자의지 확인 차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를 방문했다.

▲ 송영길 전 시장 에잇시티 투자협약 발표회 축사.
송 전 시장은 2012년 10월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8CITY 마스터플랜 및 선도사업 발표회에 참석해 "대선 후보들을 보면 차세대 먹거리에 대한 얘기들이 부족하다"며 "용유·무의 같은 개발사업에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류가 꿈꾸는 도시의 새로운 역사, 8CITY는 2013년 8일 기본협약 최종 해지에 따라 사기극의 오명을 쓴 채 종말을 맞았다. 그 불똥은 ㈜에잇씨티 측으로부터 양복 등을 얻어 입었던 이종철 전 인천경제청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중구 을왕동 박해수 씨  판잣집 전전

인천시 중구 을왕동 박해수(64·장애1급)씨는 지난달 12일 천막으로 덮은 패널 집(71.5㎡)을 철거하라는 법원 명령을 받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월 임대료로 46만4천850원을 땅 소유주인 인천도시개발공사에 내라는 판결문이었다. 용유 노을빛타운(105만1천346㎡) 개발을 강구하고 있는 인천도시공사가 제기한 소송의 결과였다.

 박 씨는 재판 과정에서 "패널 집에서 쫓겨날 경우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니 노을빛타운 공사에 들어가 철거될 때까지만이라도 기거하게 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박 씨는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복합도시 개발사업으로 쪽박 찬 주민 중 하나다.

 그는 8CITY 건설사업이 깨지기 전까지 집과 상가, 목장까지 가진 20억 원대의 자산가였다. 은행 빚 5억5천만 원으로 지은 2층 건물이 화근이었다. 8CITY 건설사업으로 곧 이뤄질 것 같은 보상은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아예 없던 사업이 되고 말았다. 부동산중개사에 내놓은 집과 상가는 팔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원금과 이자에 이자가 불어 재산이 모두 경매로 넘어갔다.

 13억 원짜리 상가는 5억5천만 원에 경매로 나갔다. 집도 절도 없는 박 씨는 지난해부터 도시공사 노을빛타운 예정 부지에 천막을 씌운 패널 집에서 살아왔다.

 8CITY 건설계획이 살아있을 당시 용유·무의 땅의 36%는 원주민 소유였다. 하지만 지금 원주민의 땅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보상을 바라보고 은행 대출(추산액 3천600억 원)을 얻어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가 이자를 못 갚아 경매로 넘어간 것이다.

#용유무의 개발사업 추진 과정  및 행위 제한

▶1989. 01 : 영종·용유 전 지역 인천시 편입(70.83㎢)
- 도시계획 수립 시까지 개발행위 제한
▶1999. 07 : 인천시 우선협상대상자 CWKA 지정
▶1999. 10 : 용유·무의 관광단지 지정(6.25㎢)
- 왕산·용유 유원지 건축허가 및 개발행위 제한
▶2002. 11 : CWKA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해지) 통보
▶2003. 08 :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
▶2005. 09~2007. 09 : 덕교동 역세권 건축허가 제한
▶2005. 10 : 켐핀스키 투자의향서 제출(켐핀스키 그룹→인천시)
▶2006. 09 : 관광단지 1단계 개발계획 변경 및 실시계획 승인(1.29㎢)
▶2007. 07 : 용유·무의 개발사업 기본협약 체결(켐핀스키↔경제청)
- 용유·무의도 전 지역(24.4㎢) 건축 제한 및 착공 제한
▶2009. 12 : 개발계획(변경) 승인(지식경제부)
▶2010. 10 : 기본협약기간 연장 통지(6차 2010년 12월 31일까지)
▶2011. 01 : 기본협약 의무(SPC 설립) 위반사유 해소기간(2011. 03. 31) 통보
▶2011. 04 : 인천도시공사 참여 여부 결정 통보(PMC→경제청)
▶2011. 05 : 기본협약 의무위반 사유 해소기간 추가 지정(2011. 07. 31) 통보
▶2011. 10 : 일정 기간 경제청 주도 사업추진계획(보상·인허가 등)
▶2011. 12 : ㈜에잇씨티 SPC 설립 등기(K-컨소시엄·대한항공·대우건설·C&S자산관리)
▶2012. 06 : 해외 자본 투자유치 MOU 체결(SDC 그룹 10억 달러 규모)
▶2012. 12 :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복합도시 개발계획 변경(30.2㎢) 승인 고시
▶2013. 08 : 기본협약 최종 해지(인천시→㈜에잇씨티)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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