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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세바스찬
얼마 전에 백령도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맡았던 프로그램에서 통신원을 연결해 백령도의 소식도 듣고 뉴스 방송을 통해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5도 섬들과 관련된 뉴스를 여러 차례 전하기도 했던 터라 심정적으로는 가깝게 생각했던 섬이었지만 직접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입도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항로 특성 때문입니다. 제가 들어가려던 날 아침 일찍, 시간에 맞춰 연안부두에 도착했더니 풍랑주의보로 인해 1시간가량을 기다려본 뒤에 출항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날에도 배가 뜨지 못해서 평소보다 승객들이 많았었는데 모두가 초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배가 뜰 수 있게 돼 본래 시간보다 약 2시간 정도 늦게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선내에서는 날씨 때문에 배가 많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이동은 삼가고 가능한 좌석에 앉아 있어 달라는 안내방송이 수시로 흘러나왔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배 멀미는 하지 않았지만 같이 탔던 승객들 중 상당수는 매우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인천항을 떠나 망망대해를 약 4시간 정도 항해한 끝에 드디어 백령도에 입도했습니다. 정말이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아름다운 섬이라는 첫인상이었습니다. 끝섬 전망대, 사곶 천연비행장, 두무진, 콩돌해변 등 어느 곳 하나 지나칠 수 없는 멋진 곳들을 차례대로 방문했습니다. ‘끝섬’이라는 이름 어떻게 들으셨나요? 사실 우리나라 국토의 동쪽 끝에는 독도가, 남쪽 끝에는 마라도가 있는 것은 비교적 잘 알고 있지만 백령도가 서쪽 ‘끝섬’이라는 사실은 잘 모르는 듯합니다. 끝섬 전망대에서는 장산곶이 한눈에 보입니다. ‘장산곶 타령’이라는 민요를 통해서만 알던 장산곶에 직접 가보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새롭고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공식 마스코트였던 백령도 점박이물범의 서식지와 ‘놀이터’인 조그마한 바위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범들이 자유롭게 남과 북의 바다를 오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느꼈을,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갈 수 없는 실향민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었습니다.

전망대 안에는 관광객들이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소원이 적혀있는 작은 메모지들이 수천, 수만 장 붙어있었는데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동해의 촛대바위 못지않은 멋진 비경을 자랑하는 두무진에서는 그야말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멋지다’라는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말로 하는 표현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장관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콩알처럼 작고 앙증맞은 돌들로 해안을 이루고 있는 콩돌해변, 전 세계에 단 두 개밖에 없다는 천연비행장인 사곶해변의 이국적인 모습도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백령도 주민들의 때 묻지 않은 따뜻한 마음과 맛난 음식들까지, 저에게는 몹시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섬들의 주민들은 뭍에서는 당연하게 여기는 교통, 의료, 교육 등 여러 기본생활의 혜택을 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북한의 군사 안보 위협 등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섬을 뜨기는커녕 오히려 더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방송 인터뷰할 때마다 힘주어 강조하는 조윤길 옹진군수의 말마따나 이 분들이야말로 자랑스러운 진정한 ‘애국자들’이라는 생각입니다.

섬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비행장 건설 등을 비롯해 많은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관에서 주도할 일과는 별개로 일반 국민들 특히 인천시민들은 국토 사랑의 마음으로 방문하고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령도 토박이인 한 여행사 대표는, 데리고 다니는 곳마다 감탄하는 저에게 백령도를 많이 알려달라고 특별히 부탁하더군요. 그리하여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섬 백령도와 서해의 보물 같은 여러 섬들을 방문해보시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국토 사랑, 인천 사랑’의 첫걸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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