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의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 에서 열리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의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 에서 열리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역사의 진보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힘은 컸다. 청와대를 향한 그들의 함성은 울림으로 번졌다. ‘스스로 바꾸겠다’는 자발적인 참여는 그래서 더욱 빛났다.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 집회(4차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는 6월 민주항쟁을 빼닮았다. 현장에 모인 시민들의 한결 같은 바람은 ‘박근혜 퇴진’이었다.

 이 외침은 그대로 1㎞ 정도 떨어진 청와대에 닿았다. 시민들은 촛불을 손에 들고 간절함을 마음 속에 담아 광장으로 모였다. 사람들의 휴대전화는 역사의 한 장면을 사진·동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박근혜 퇴진 구속’, ’새누리당 즉각 완전 해체’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민들은 실망감과 분노를 담아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어린 아이들도 ‘역사의 현장’에 함께 했다. 아버지들은 아내와 아이들을 촛불 앞에 앉혀 놓고 진지한 모습으로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뜨끈한 어묵 국물에 소주 잔을 기울이며 꽉 막힌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냈다. 이날 현장은 초·중·고·대학교를 가리지 않고 학생들이 많았다. 특히 수능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대통령의 고향 대구에서 수능을 보고 왔다는 배유진(19) 양은 시민 자유발언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엄청나지 않느냐, 국민대통합을 이뤄냈으니 박수를 쳐주자"며 "언제까지 입 닫고 귀 닫고 그곳에 서 있을 것인가, 위안부도 모자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가서명한 것도 순실이 아줌마가 시킨 것이냐"고 조롱했다.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과제를 하면서도 집회는 꼭 참가해야겠다고 생각한 한창수(27·가톨릭대) 씨는 "박근혜 씨는 금치산자라 쳐도 주변 사람들은 제발 그만 해먹었으면 좋겠다"며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시위해 기득권층이 가진 것을 최대한 많이 내려 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렇게 모인 인원이 누적 74만 명(경찰 추산 18만 명)에 달했다. 광화문·시청 광장부터 경복궁역까지 발 디딜 틈도 없었지만 시민들은 집회가 끝나도록 평화롭게 집회를 마쳤다.

 집회 도중 집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을 위해 자연스레 사람과 사람 사이 작은 샛길도 생겼다.

 이미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는 시민들 모두에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시민 목소리에 답할 때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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