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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길수 군공항 이전 수원시민협의회 공동부회장
박완서 님의 ‘살아있는 날의 시작’이라는 소설에 보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식으로, 당하면 그때 가서 대책을 마련하리라는 배짱도 없이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자기 꼴 우습게 될 것만을 지레 짐작하고 망설이는 건 남의 이목 때문이기도 했다"라는 구절이 있다. 요즈음 이슈가 되고 있는 수원 군공항 이전사업의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느낌이다. 나에게 수원 군공항은 남다른 애착이 있다. 수원 군공항이 들어서던 해에 비행장과 가장 가까운 동네에서 태어나 비행기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 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수원 군공항은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나처럼 나이가 들다 보니 군공항의 기능에 한계가 있어 최신 군공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국방부와 수원시에 따르면 수원 군공항 이전이 녹녹지 만은 않은 것 같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 전력 강화를 위해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인데도 최적의 요충지로 검토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 군공항 이전은 깊이 따져 보면 어려울 것도 심각할 것도 없다. 대부분 군공항 하면 가장 우려하고 걱정하는 부분이 전투기 소음문제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지금 수원 군공항이 안고 있는 소음 피해를 해소하지 않고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가. 그리고 군공항이 들어서면 주변지역 발전에 장애가 되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이제는 옛말이다. 경주방폐장 주변지역이나 평택미군기지 주변이 어떻게 변화되고 지역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수원 군공항 이전 유력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장기적으로 그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이슈가 될 만한 것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어느 곳이나 그 지역이 발전하려면 그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춰야 신도시 내지는 장기 발전계획이 수립되는 것이다. 아마도 수원 군공항이 이전되면 그 주변지역으로 배후도시가 형성되고 인구 유입으로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는 요인이 만들어 질 것이다.

국방부는 이전 가능한 후보지 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1차적으로 회의를 통해 선정 배경을 설명하고 앞으로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협의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갖고 6개 지자체에 대한 회의를 지난 10월 11일 개최했다. 그러나 6개 지자체 중 화성시와 안산시가 불참하는 바람에 이후 진행이 더디게 가고 있다. 현재 수원 군공항으로 인한 피해는 수원시민뿐만 아니라 화성시민도 똑같이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화성시가 불참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따지고 보면 화성시 화산동과 기배동, 병점동 등 군공항 주변지역에 거주하는 약 5만9천 명 이상이 소음 피해를 받고 있으며, 20만 명 이상이 고도제한의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 군공항이 이전하게 되면 군공항 주변 수원시민과 화성시민의 경우 60년이란 세월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해왔던 생활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에 군공항 주변 화성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군공항 이전 화성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움직이고 있다. 군공항 이전에 대한 직접적인 이전 배경부터 이전 절차를 알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주민설명회와 토론회, 캠페인을 전개하고 나아가 화성시민 10만 명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는 얘기다. 이는 당연한 시민의 권리를 찾기 위한 행동일 것이다. 수원 군공항 이전은 여느 군사시설 이전과는 다른 성숙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특별법에서 명시하고 국방부가 밝히고 있는 이전 방침을 들여다 보면 쉽게 이해된다. 먼저 이전 가능한 최적의 요충지를 대상으로 해당 자치단체장의 협의를 거쳐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하고 이전지역에 대한 지역발전 지원 계획을 수립한 뒤 지역주민들의 주민 투표를 통해 최종 이전 부지를 결정하는 개방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초기 단계부터 반대할 필요가 있을까. 오우천월(吳牛喘月)이란 오(吳)나라의 소는 달만 봐도 숨을 헐떡인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한 번 혼이 나면 비슷한 일만 겪거나 만나도 미리 겁을 먹는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군공항으로 인한 소음 피해가 두려워 내면은 보지도 않고 무조건 반대를 한다면 아무 것도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수원 군공항 이전이 가져올 상생발전의 효과를 곰곰이 따져보고 최종 이전 여부는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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