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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순목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2016년 말 대한민국. 우리나라 국민들은 2016년을 떠나 보내고 있다. 예년과 같았더라면 단지 한 글자 ‘다사다난했던’을 붙여서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 맞이하는 해에 대한 희망을 살짝 끌어들인다면 보기 좋게 균형이 맞을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그럭저럭 연말이 지나가고 새해가 올 것이다.

 이제 곧 송년회 시즌이 시작될 것이다. 예년 같다면 일반사람들의 고민은 ‘송년회에 가서 어떤 멋진 건배사로 좌중을 휘어잡을까’하는 정도? 아니면 ‘음악회, 영화 시사회, 연극 공연 관람 등 어떤 색다른 송년회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까’를 고민하면서 새로 개봉되는 영화나 연극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서로의 근황을 묻고 새해 계획을 이야기할 것이다. 정치 얘기가 좀 들어간다면 누가 대권에 가깝다느니,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느니, 누구는 이래서 안돼 하는 얘기가 오갈 것이다. 조금 더 들어가면 국회예산 확정 과정에서 있었던 가십 정도가 안주로 오르내릴지도 모른다.

 만약 위에서와 같이 2016년이 예년처럼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면 말 그대로 예년처럼 무미건조하게 시간이 흐르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현재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예년과 같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고 다행한 것일 것인가? 그리고 오늘의 현실이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현실이 참으로 끔찍하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승마 특혜’와 최순실 씨의 ‘대통령 연설문 고치기’ 라는 의혹에서 시작하여 국정 전반으로 번진 의혹은 점차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되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매주 토요일 마다 전국적으로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며 성난 국민들은 당장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중심이 되어 대통령 탄핵을 꾀하고 있지만 국민의 눈에는 과연 그것이 국가의 장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당리당략의 일환인지 그 순수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야권 3당이 간과한 것이 있다.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이 대한민국의 질적인 발전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특별히 골라서 보내야 할 것들이 있다. 정치, 경제, 법조, 행정, 교육, 문화, 스포츠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드러난 후진성을 낱낱이 들어내야 한다.

 첫째 특권의식과 탐욕을 보내야 한다. 잘못을 보고도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는 것은 탐욕에 젖어 현실과 타협했기 때문이다. 정치계에서도 위기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를 주장해왔지만 구호에 그쳐왔다.

 둘째 패거리간의 커넥션과 집단이기주의를 보내야 한다. 정치, 경제 등 사회각계에 자리 잡은 집단이기주의는 공정한 법 집행과 정의로운 사회건설의 큰 걸림돌이다. 국가와 국민을 향한 건전한 공존이 아니라 사익을 향한 각 분야의 엘리트들 간의 불온한 커넥션의 폐해는 뿌리 뽑아야 한다. 친문이니 친박이니 하는 것들이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셋째 패배의식을 보내야 한다. 패배의식이 있는 곳에 명예가 설 수 없다. 검찰과 사정당국이 명예를 지켰다면, 대학 등 교육계가 명예를 지켰다면, 문화체육계 행정 담당자들이 명예를 지켰다면 과연 오늘날과 같았을까?

 2016년 말 대한민국. 2016년이 지나간다. 보낼 것들을 깨끗이 보내야 희망찬 2017년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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