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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수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즉각퇴진 5차 범국민행동’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 모인 150만 명(주최 측 추산)의 국민들의 입에서 나오는 입김조차 ‘하야’를 내뿜었다.

지난 26일 촛불집회 장소인 광화문으로 향하는 지하철 1호선 안은 온통 ‘박 대통령 하야 정국’과 관련된 이야기들뿐이었다.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박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를 보는 것이 일과가 됐고, 가족들과의 주말 나들이 대신 광화문 촛불집회에 가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

이날 서울 광화문에 불었던 매서운 겨울바람과 함께 흩날리던 첫 눈발도 본집회 시작 전 국민들의 분노와 열정에 사그라졌다.

광화문광장 본집회 시작 전인 오후 5시 40분께는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일반 시민들도 행진에 동참했다.

집회 현장에는 국민들의 분노가 폭력 대신 퍼포먼스와 풍자로 표현됐다. 세월호 피해자 유족들은 아이들을 상징하는 푸른 고래 풍선을 띄웠고, 포승줄에 묶인 박근혜 대통령을 묘사한 퍼포먼스도 등장했다.


‘나만 비아그라 없어’, ‘하야하그라’ 등 다양한 풍자 문구를 넣은 깃발도 곳곳에 내걸렸다. 발기부전제 비아그라를 표시하는 푸른색 마름모꼴 알약 모양을 그려 넣은 깃발, ‘고산병 예방약으로 샀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빗대 ‘한국 고산지 발기부전 연구회’라는 단체 이름을 적은 깃발과 ‘퇴근혜’, ‘하야해 듀오’ 등이 눈에 띄었다.

수원시에서 소를 키우는 한 농민은 트럭으로 소를 싣고 와 이날 거리 행진에 참여했다. 소의 등에는 빨간색 글씨로 ‘근혜 씨 집에 가소’, ‘근혜 씨 하야하소’ 등의 문구를 넣었다.

오후 6시께부터 시작된 가수 양희은, 안치환 등이 분노한 국민들의 마음을 노래로 달래기도 했다. 특히 양희은이 부른 노래 ‘상록수’ 후렴 부분 ‘끝내 이기리라’의 가사는 현장에 모인 150만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본행사 무대에 오른 한 가장은 "집회 이후 우리 가족의 가훈을 하야만사성으로 바꾸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5차 촛불집회의 최고조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란 저항의 의미에서 진행한 ‘1분 소등’ 퍼포먼스였다. 1분간 모든 불과 촛불이 소등되고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입 모아 외쳤다.

두 아이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김세윤(37·인천시)씨는 "아이들과 지난 3차 집회부터 참석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시국을 만든 어른들로서 부끄럽지만 아이들에게도 현장의 소리를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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