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음체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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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음체질입니다
신효성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6.12.13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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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긴 머리를 단정히 묶고 개량한복을 입은 선생은 카리스마가 있었다. 상담자는 마주 앉은 첫 대면에 공손해졌다. "식(食)을 다스리면 만병을 예방할 수 있어요. 당장 몸에 화답하는 음식으로 식단을 바꾸시오."

선생은 진지했고 엄숙했다. 오링테스트를 통해서 진단한 내 체질은 8개 체질 중에서 토음인으로 판정났다. 선생이 권하는 음식과 금해야 하는 음식을 처방했다. 처방한 식단을 보니 금해야 하는 음식을 건강식으로 여겨 먹어왔기에 갈등이 왔다. "몸이 힘들고 피곤한 이유를 알았으면 실천에 옮겨야지요. 남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좋다고 먹어왔으니 이런 딱한 일이 있나."

선생은 내 섭생의 잘못을 근엄하게 나무랐다. 문제는 자주 먹으면 해로운 음식, 가끔 먹어도 해로운 음식, 절대 금해야 하는 음식에 내 기호 식품의 대부분이 포함돼 있었다. 간식으로 그만인 옥수수 고구마, 건강식품인 버섯류, 아침에 갈아먹는 사과 토마토 귤 오렌지, 커피보다 자주 마시는 생강차 대추차, 요리에 첨가하는 매실청, 가끔 마시는 소주와 맥주와 와인, 즐겨먹는 견과류인 호두와 밤, 산모만큼 자주 먹는 미역국, 붉은살 생선, 청국장, 닭고기, 소고기, 고춧가루, 인삼, 꿀, 따뜻한 음료 등등 먹고 있는 대부분의 식품이 내 몸에 해로운 음식이었다. 게다가 건강식의 대명사라 주식인 현미도 소화 잘 된다는 찹쌀도 비타민A, B, D도 절대 금해야 하는 명단에 들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개류, 갑각류, 보리밥, 푸른잎 채소가 권하는 식품군이라 내 입에 맞는 음식이다. 운동을 싫어해서 유일하게 다니는 수영도 토음 체질에는 맞지 않다 하고 일광욕과 자연림 등산도 해롭다 한다. 나이 들면서 눈에 들어오는 붉은색 옷은 몸의 기를 가라앉게 만든다며 검정색 진회색 흰색 옷을 입으라고 조언한다.

친구는 자잘한 병을 달고 산다. 단골 병원도 여러 곳이다. 물리치료를 마사지만큼 좋아해서 감기가 들어도 피곤해도 물리치료를 받는다. 덩달아 몇 번 동행한 적이 있다. 친절한 의사는 뭉친 근육은 풀어주어야 한다면서 물리치료를 권했다. 찜질과 고주파치료와 원적외선 치료를 받고나면 몸이 개운해졌다. 이번에도 친구의 동행 권유를 거절할 수 없어서 따라 나섰는데 처방받은 체질음식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심란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맞는지 알았으니 체질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인지 갈등이 왔다. 방송이나 인터넷 자료에서 건강식이라고 하는 음식은 내 체질에 맞지 않고 즐겨먹는 음식도 해로운 식품군으로 분류돼 있어서 식단을 바꿔야 할지 고민이 되면서 내키지 않았다.

친구는 이 좋은 체질 습생을 알려주어야 할 주변 지인들 이름을 대면서 선생의 체질음식에 흠뻑 빠져 누구누구를 데려와야겠다고 명단을 만들었다. 좋은 것은 널리 알려 함께 누려야 한다는 친구의 마음 씀이 고맙기는 해도 거절하기 난처한 상황을 자주 만들면 불편해지기도 한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친구는 마음이 급해져 전화를 돌린다. 누구 누구, 선택된 지인들에게 선생의 습생처방으로 효험을 본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선생의 어머니가 파킨슨병으로 고생했는데 식습관을 연구한 선생의 처방으로 건강을 찾았다는 간증이다. 긴가민가 갈등하는 나보다 믿음을 전하는 친구가 마음은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 밀리는 주말의 외곽도로를 빠져나와 인천으로 진입하니 시간이 지체돼 밤 8시가 넘었다. 배가 고프다. 친구는 자기 단골 음식점인 추어탕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한다. 몸이 지치거나 입맛 없을 때 먹으면 기운이 솟는 것 같다고 추천한다. 들깨가루 듬뿍 넣은 추어탕이 맛있다. 한 그릇 비우고 돌솥 누룽지밥까지 먹었다. 미꾸라지, 들깨, 누룽지는 금해야 하는 음식으로 선생이 처방한 음식 군이다. 추어탕집을 나오면서 나한테는 해로운 음식이래 했더니 친구 왈, 맛있게 먹었으면 보약된 거란다. 둘이 한참 웃었다. 만족한 식사로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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