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친(親) 러시아 성향의 석유업계 거물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초대 국무장관에 지명함으로써 조각 작업을 사실상 완료했다.

15개 부처장관 가운데 국무·국방·재무장관 등 11개 부처장관 지명자의 인선을 마무리했으며 금명간 에너지·내무·농무·보훈장관 등 4곳도 마저 채워 내각 구성을 끝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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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초대내각 지명자 면면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서실장과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수석전략가, 국가경제위원장 등 백악관 핵심 요직의 인선도 종료됐다.

지난달 8일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한 달여만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초대내각과 백악관 인선의 특징은 '워싱턴 아웃사이더'와 군인·억만장자의 득세로 요약된다.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켜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당선인은 정권을 이끌 핵심 인물들을 기성 주도세력인 워싱턴 정가와 동떨어진 인물 위주로 발탁해 정치 혁신을 예고했다.

특히 국정의 두 축인 안보 및 경제라인에 군인과 월스트리트 출신 등 공직 경험이 없는 현장 전문가가 전진 배치됐다.

안보 총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국방장관, 국토안보장관 등 국내·외 안보라인을 강경 퇴역 장성들이 사실상 장악했으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재무·상무장과 경제라인도 공직 경험이 없는 월스트리트 인사들로 채워졌다.

'반(反) 오바마' 인사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으며 2명의 여성이 조각 명단에 포함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보통 미국인'의 대변자를 자처했지만, 총 재산규모가 14조 원이 넘는 '가질리어네어(gazillionaire·초갑부) 내각'이 꾸려진 점도 매우 역설적인 대목이다.

장관 지명자 11명 가운데 9명이 백인이며 1명은 흑인, 1명은 대만계다. 백악관 고위직까지 포함하면 임명이 완료된 17명 가운데 13명이 백인이며, 히스패닉은 한 명도 없다.

특히 국무·국방·법무·재무 등 핵심 장관 4인방이 모두 백인 남성으로만 이뤄진 것은 조지 H.W. 부시 초대내각이 출범한 1989년 이후 처음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초강경 트리오' 트럼프 안보라인 장악…이민·테러 '강공' 예고

'초강경 트리오' 트럼프 안보라인 장악…이민·테러 '강공' 예고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오 CIA국장 내정자,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조각 인선을 놓고 "기성 정치권의 오물을 빼기는커녕 자신의 시궁창을 새로 만들고 있다"는 안보전문가의 지적이 제기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기류에 따라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 등 공화당 내부에서도 자격 논란이 이는 이들이 상원 인준청문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확정된 각료 지명자 명단을 보면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법무장관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사령관▲주택도시개발장관 벤 카슨 신경외과의사 ▲보건복지장관 톰 프라이스(조지아) 하원의원 ▲국토안보장관 존 켈리 전 남부사령관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듄 캐피널 매니지먼트' 전 대표 ▲상무장관 윌버 로스 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대표 ▲노동장관 앤드루 퍼즈더 'CKE 레스토랑'의 최고경영자 CEO▲교육장관 벳시 디보스 교육활동가 ▲교통장관 일레인 차오 전 노동장관 등이다.

에너지 장관은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가, 내무장관은 라이언 징크(몬태나·공화) 하원의원이 사실상 내정됐다.

백악관 비서실장은 라인스 프리버스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국가안보보좌관은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은 스티브 배넌 전 브레이트바트 대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인 게리 콘 등이 각각 낙점됐다.

또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 환경보호청(EPA) 청장에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 주 법무장관, 장관급 중소기업청장에 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소유주인 린다 맥마흔, 중국 주재 미국대사에 테리 브랜스테드 아이오와 주지사,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상무부 부장관에 토드 리케츠 프로야구 시카고컵스 소유자, 국가안보실 부보좌관에 캐슬린 T.맥파런드 안보관련 애널리스트, 복지부 산하 공보험관리기구인 의료서비스센터(CMS) 센터장에 시마 베르마 인디애나 주 보건정책 고문 등이 각각 중용됐다.

이 중에서도 인선의 최대 파격은 친러시아 성향 석유재벌 틸러슨의 국무장관 발탁이 꼽힌다.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장관, 국토안보장관, CIA국장 등 국내외 안보라인에 강경파 군 출신을 전면 배치하는 대신 외교수장인 국무장관에 외교관이나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경영과 협상에 능한 기업인을 중용함으로써 미국 외교의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하나의 중국'을 흔드는 전략을 앞세워 미국의 패권에 도전해온 중국을 압박하고 러시아를 끌어안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로 국제질서의 새판을 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미국 파워에 대한 최대 도전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정책을 뒤집었다"며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공개적 갈등이 없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중국과의 대결구도를 일부러 고조시켰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클 플린 예비역 중장을 지명한 것을 위시해 중부군 사령관을 지낸 '매드 독'(Mad Dog·미친개) 매티스의 국방장관 지명, 켈리 전 남부사령관의 국토안보장관 지명,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사이버사령관인 마이클 로저스의 국가정보국(DNI) 국장 발탁 검토 등 군 출신의 중용도 두드러진다.

경제·산업 분야의 수장들게 월스트리트, 특히 골드만삭스 출신 억만장자들이 대거 포진된 것도 트럼프 내각의 특징이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므누신 재무장관과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대표를 지낸 로스 상무장관, NEC위원장에 콘 골드만삭스 사장,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역시 골드만삭스 인수합병 전문가 출신인 배넌 지명자 등이 그들이다.

월가를 규제하겠다던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공약은 이미 공염불이 됐고, 대신 규제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의 본격화가 예고됐다는 평가다.

패스트푸드 기업 CKE레스토랑 최고경영자 퍼즈더 노동장관 지명과 맥마흔 WWE 소유자의 중소기업청장 지명, 암웨이 가문 며느리인 디보스의 교육장관 지명,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케미컬 CEO의 상무부 산하 제조업위원회 위원장 지명 등도 기업인 중용이라는 맥락으로 이해딘다.

세션스 법무, 카슨 주택장관,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발탁 등은 대선공신들에 대한 보은인사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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