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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정치인이나 행정가, 지역 신문에서 말하는 인천은 세계일류도시를 지향한다. 한때는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목표로 내걸기도 했다. 세계의 모든 도시는 최고의 도시를 꿈꿀 것이다. 특히 한국의 도시들은 유럽과 미국의 최고 도시와 자신들의 도시를 비교하면서 그들 도시 이상의 도시를 꿈꾸거나 목표로 한다.

 목표가 크고 꿈이 크면 그만큼 실현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테고 그래서 더 추상적이고 멀게 느껴진다. 세계일류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말로는 잘하는데 실제로 실천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도시도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은 지라 수많은 세포(사람, 단체 등)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목표를 분명히 하고 단계별로 꾸준히 실천하지 않으면 세계 최고의 도시는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일상에는 좌절만 남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내게 인천이 지향할 도시를 예로 들어보라면 샌프란시스코를 제안하고 싶다. 연구자로서 국민과 시민의 세금으로 연구비를 받아 석사과정 이후 지금까지 꽤나 여러 도시를 다녔다. 독일의 베를린, 함부르크, 영국의 런던, 에딘버러, 일본의 동경, 요코하마, 오사카, 미국의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시애틀 등등.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세계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고. 창의적인 사람, 꿈이 있는 사람, 열정이 있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 파격적인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도시여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이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통제하거나 억압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생각들이 모이고 모여 새로운 사회, 이상을 위해 뭉쳐져 실체화돼야 한다. 따라서 인간의 잠재성을 지켜주고 소중히 키워주는 창조도시가 세계도시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창의와 창조의 기반은 모방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지난 수천, 수만 년간 모방을 통한 창의를 바탕으로 오늘의 문명을 이루었다. 그 모방의 대상은 자연이었다. 현대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연과 격리돼도 인간문명이 더 진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연에 대한 모방은 아직도 유효한 발전전략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크든 작든 있기 마련이다. 문명 발달에 따른 반작용을 치유하는 것도 자연일 수밖에 없다.

 미국 서부해안가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하면 금문교, 차이나타운, 프린스턴대학, 실리콘밸리, 히피문화 등이 떠오른다. 반면, 금문교 아래 백사장에서 태평양을 바라보면서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를 떠올려 보았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숲속 건물들을 보면서 강화도를 생각해 보았다. 바닷가 어시장에서 쉬고 있는 바다사자들을 보면서 백령도 점박이물범을 떠올려 보았다.

 세계 최고를 꿈꾸고 실천하는 도시의 구성원들은 열정과 노력에 반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얼마나 많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갖고 살까?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그 도시는 얼마나 치유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이 어울어지지 않았다면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샌프란시스코의 오늘의 번영이 가능했을까?

 우리 도시도 미래로 갈수록 더 많은 시대적 요구를 받게 될 것이다. 최소한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만큼은 유지하면서 최고의 창조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로 가는 자동차의 엔진을 식혀줄 냉각수는 자연이다. 즉, 인천의 갯벌과 섬, 강과 산, 들판이 우리가 가진 자연이다. 현재의 자연을 최대한 유지 발전시키면서 미래를 선도하는 지식과 지성이 집적되는 창조적인 도시를 이곳 인천에서 만나고 싶다. 자연과 문명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도시가 대한민국에 꼭 하나는 있었으면 좋겠고 그곳이 인천이었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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