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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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사람들
김원옥 시인/전 인천연수문화원장
  • 기호일보
  • 승인 2016.12.22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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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옥 시인
우연한 기회에 어느 목사님을 보게 됐다. 그 목사는 자신의 어머니가 위안부라 했다. 가슴으로 낳아 그 어느 부모보다 지극한 사랑으로 기르셨다 했다. 그 어머님은 짓밟히고 난장이 된 이름 모를 잡초로 살다가 스러질 인생이었으나, 이 분을 양자로 맞아 목사로 만드신 것이다.

 중국 심양에 공연이 있어 해마다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시간을 잠시 내서 고궁을 구경했다. 소릉(昭陵)은 홍타이지의 능묘이다. 태조 누르하치의 여덟째 아들인 그는 1626년 태조가 죽자 후금국의 칸으로 즉위하고, 중국 진출을 제1목표로 삼았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었다. 홍타이지는 만주인과 한인(漢人) 관계 등 국내의 융화를 꾀했으며, 문관·육부의 설치 등 국가 정비에 힘써, 청나라의 기초 확립에 공적이 큰 왕이었다. 명나라를 섬기던 조선의 태도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던 홍타이지는 1627년 3만의 군사를 끌고 조선을 침략했다(정묘호란). 이때 인조는 강화도로 피신하고 최명길 등이 나서 후금과 형제관계를 맺겠다는 약속을 받고 군사들은 물러났다.

 그 후 후금은 국호를 청으로 바꾸고 군신관계를 맺고 공물과 군사 3만을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인조가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자 홍타이지는 1636년 군사 12만을 이끌고 직접 조선을 침입했다(병자호란). 유목민이 바다에 약하다고 생각한 인조는 또다시 강화도로 피신하려 했지만 청태종은 인조의 이런 계획을 간파하고 강화도로 가는 길목을 막자 인조는 할 수 없이 1만3천의 군사를 데리고 남한산성으로 들어가 겨울을 났다. 45일을 버티는 동안 식량도 떨어지고 군사들은 동상에 걸리고 얼어 죽기도 했다. 계단을 만들어 놓고 그 꼭대기에 앉아 있는 청태종에게 인조는 하급 관리들이 입는 남색 옷을 입고 아홉 번씩 절을 하면서 그 계단을 올라갔다. 이마에서 피가 흐르도록 정성을 다해 항복했다. 5천 년 우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일일 것이다. 청태종은 포로 50만 명과 소현세자·봉림대군·인평대군을 인질로 잡아갔고, 척화를 주장했던 홍익한·윤집·오달제 등을 선양 서문 밖에서 처형했다. 포로 수만 명을 시장에서 팔았고, 당시 잡혀간 여인들은 시장에서 팔리거나 몸값을 지불하고 고향에 돌아기도 했는데, 그 여인들에게 오랑캐에게 더렵혀졌다고 손가락질해 자살한 사람들도 많다 한다. 돌아온 그녀들을 ‘환향녀(還鄕女)’라 불렀다. 환향녀라는 발음은 나중에 ‘화냥년’으로 바뀌게 된다.

 역사적으로 기막힌 땅 선양(봉천), 일제하에 항일운동을 위해 이곳을 밟고 간 사람들이 또 얼마인가. 나의 아버지가 지나갔고, 또 일본 유학시절 고향인 진남포에서 청소년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며 항일운동을 하다 검거돼 투옥, 육신이 망가지는 고문, 학병 출정을 조건으로 출감, 다시 일본 군에서 탈출, 광복군 제3지대에 입대했고, 제2구대 제1편대장에 임명, 상하이에 밀파돼 지하공작 활동을 하다가 한중 합작 유격대에서 진포선열차를 폭파, 일본경비군 7명이 죽고 다량의 군수품을 탈취했던 나의 오빠가 지나갔던 땅이기도 하다. 그런데 60여 년이 훨씬 지난 후 나는 그 땅에 공연단을 데리고 간 것이다. 세월의 흐름은 한 나라, 한 집안에서도 이렇게 다른 상황으로 각자를 그 땅에 보내는구나 생각하니 마음에 부슬비 같은 것이 추적인다.

 이렇듯 새로운 역사의 종이 울리면 또 다른 역사가 기록된다. 지금 우리는 위안부든, 항일투사든, 환향녀든, 왕자든, 아픔을 겪은 그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픔은 아픔일지라도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아픔으로 남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차원에서 국가들은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 살아 있는 희생자들이 죽기를 기다리지 말고, 모진 고통 후에 돌아온 이들을 적극적으로, 가해국에서는 보상하고, 정치를 잘 못한 자국의 위정자들은 죄 없는 국민이 피해를 입었으니 책임을 지고 끝끝내 보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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