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는 배, 백성은 물(君舟民水)
상태바
군주는 배, 백성은 물(君舟民水)
원현린 주필(主筆)
  • 기호일보
  • 승인 2016.12.26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현린 논설실장.jpg
▲ 원현린 주필
해마다 이맘때면 교수들이 교수신문을 통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 발표하고 있다. 교수신문이 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필자의 예상대로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순자(荀子)」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다.

 풀어보면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말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을 비롯해 국정 농단자들에 가려 나라를 온전히 이끌지 못하고 어지럽힌데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경고성의 사자성어다.

 교수들은 ‘군주민수’에 이어 천리(天理)를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는 뜻의 ‘역천자망(逆天者亡)’을 두 번째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이 같은 문구들은 천의순리(天意順理)로 동양고전 도처에 나타나고 있는 사상이기도 하다.

 당태종(唐太宗) 이세민(李世民)이 말했다. "짐은 구중궁궐 깊은 곳에 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경들을 짐의 눈과 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사해(四海)가 무사하다고 해서 기강을 누그러트려서는 안 된다. ‘백성을 사랑하면 백성 또한 군주를 경애한다. 군주가 무도하면 백성은 그를 배반한다.’라는 말이 있다. 천자가 훌륭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 따르지만 무도하면 버리고 뒤돌아보지 않는다. 정말로 두려운 일이다."

 듣고 있던 간의대부(諫議大夫) 위징(魏徵)이 간했다. "이제 폐하는 천하의 부(富)를 모두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세상이 태평스러우며 또한 정치에 마음을 쏟고 있어, 마치 깊은 연못의 엷은 얼음 위를 걷는 듯합니다. 이러하면 나라는 역수(歷數)가 길어질 것입니다. 옛말에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며 또한 배를 뒤집기도 한다(君舟也 人水也 水能載舟 亦能覆舟)’고 했습니다. 폐하께서 두려워 할 것은 성의를 다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대로 행하여 주십시오."

 위(魏)나라 왕랑(王朗)이 전장에서 낙마해 죽음을 맞았다. 제갈량(諸葛亮)이 말했다. "천명은 이미 정해진 것, 인간의 뜻에 의해 억지로 바꿀 수 없다. 하늘의 뜻에 순응하는 자는 흥하고,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順天者興 逆天者亡)"

 맹자(孟子)는 역성혁명 (易姓革命)의 타당성을 말했다. ‘양혜왕(梁惠王)’편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

 제선왕(齊宣王)이 물었다. "탕왕(湯王)이 걸(桀)을 내쫓고, 무왕(武王)이 주(紂)를 정벌했다고 하던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그렇게 전해오고 있습니다."

 왕이 말하기를 "신하가 그 임금을 죽인 것이 용서될 수 있습니까?"

 맹자가 말하기를 "인(仁)을 해치는 사람을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사람을 잔(殘)이라고 합니다. 잔적(殘賊)을 일삼는 자는 이것을 일부(一夫)라고 합니다. 일부 주(一夫 紂)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죽였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과거 왕조시대에도 백성이 가장 귀하다 했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며, 군주가 가장 가볍다 했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이처럼 백성을 존숭(尊崇)하는 맹자의 민본(民本)사상이기에 시대가 바뀌어도 고금에 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1년부터 지나간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선정, 발표하고 있는 교수신문은 2015년 연말에는 혼용무도(昏庸無道 - 나라에 도가 지켜지지 않아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를, 2014년 말에는 지록위마 (指鹿爲馬 -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를, 2013년 말에는 도행역시( 倒行逆施 -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를 뽑았었다. 부디 다가오는 새해에는 국태민안(國泰民安)한 한 해가 되어 대한민국의 국운이 융성하는 정유(丁酉)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