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기자다. 회피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나중에 ‘그때 왜 사진을 찍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제대로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AP통신 사진기자 부르한 외즈빌리지는 사건 당일 퇴근길에 우연히 러시아대사가 참석하는 ‘터키인의 눈으로 본 러시아’ 사진전이 열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추후에 러시아·터키 관계 기사에 유용하겠다는 생각으로 안드레이 카를로프 대사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카를로프 대사가 개회사를 이어가는 중 갑자기 총성이 들렸고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외즈빌리지는 두려움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았고,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팔을 뻗어 셔터를 눌렀다고 한다.

 그렇게 역사의 기록이자 세기의 특종이 탄생했다. 총에 맞고 쓰러진 대사 옆에 서서 오른손에 총을 들고 왼손 검지를 하늘로 치켜든 채 고함을 지르는 저격범의 사진은 전 세계 신문의 1면을 장식하며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국내에선 지난 해 조찬 모임에 참석했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이 있었고 당시 행사를 취재하던 국내 통신사 사진기자가 그 피습현장을 취재했다. 그 사진기자 선배는 "리퍼트 대사 가 혈흔이 낭자한 채로 행사장을 떠나기까지 마치 단거리 달리기를 하듯 바쁘게 뛰었고, 가쁜 숨을 참지 못한 채 셔터를 눌렀던 기억뿐이다"라며 지금도 그 짧은 2분16초를 정확하게 기억해낼 수가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 두 보도사진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끔 만들었다. 사진기자 생활 10년차. 처음 사진기자 생활을 시작 할 때와는 다르게 매너리즘에 빠져 데스크가 받아 보았을 때 아주 평이한 사진들을 마감하고 있는 내 모습. 아니 그마저도 능동적이지 못하고 수동적 취재 패턴을 보이고 있는 내 모습과 스스로 비교가 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상황의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의 내가 두 현장에 있었다면 과연 저 두 사진기자들과 같은 결과물을 얻어 낼 수 있었을까? 세밑 저물어 가는 해와 함께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내 모습도 함께 던져 버리고 첫 출근할 때의 열정으로 다시 시작해 보리라.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