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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어린 시절 인천 수봉공원이나 송도유원지에 놀러 가면 친구들과 전자오락(?), 게임을 즐겼던 추억이 있습니다. 평소에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 제가 최근에 발견한 스마트폰 게임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스와이프 벽돌 깨기’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무려 10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한 인기 게임입니다. 스와이프(swipe)란 우리말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조작법의 하나로 터치스크린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것’을 뜻합니다. ‘벽돌 깨기’라는 게임은 거의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스와이프 벽돌 깨기’를 즐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작자의 설명에 의하면, "공 체인을 만들어 벽돌들을 없애세요! 공을 놓칠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부수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스와이프로 수십, 수백 개의 공을 날려 벽돌을 사라지게 합니다. 스와이프로 공을 날려 벽돌을 파괴하세요. 공이 부딪히면 벽돌의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내구도가 0이 되면 벽돌이 파괴됩니다. 녹색 원을 획득하면 공의 수가 늘어납니다. 하단 라인까지 벽돌이 내려오면 게임은 끝납니다." 게임 방법을 이해하셨습니까? 쉽게 말해, 주어진 벽돌을 없애면 다음 단계로 가게 되는데 이때 벽돌의 숫자도 늘고 내구도 - 벽돌에 쓰인 숫자만큼 부딪혀야 없어지는데 단계가 높아질수록 하나씩 올라감 - 도 증가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벽돌에 100이라고 표시돼 있다면 공을 무려 100번 터치해야 사라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쯤에서는 공의 개수도 100개입니다. 문제는 벽돌의 숫자가 공보다 10∼20배 이상 많다는데 있습니다. 단순히 공을 특정한 한 개의 벽돌에 ‘스와이프’ 방식으로 터치시키면 그 벽돌 하나는 사라지겠지만 다른 벽돌들에는 전혀 손을 쓸 수가 없어서 게임은 바로 끝나고 맙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공들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돌아다니게(?) 해서 보다 많은 벽돌을 터치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저는 이 게임을 하면서 엉뚱하게도 ‘이 게임은 자원의 효율적 이용의 매우 훌륭한 실제 사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공이라도 100개 중에 어떤 공은 전혀 벽돌을 터치하지 못하고 끝나는 반면에 어떤 공들은 수십, 수백 번도 터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 이용자가 각도 조절 등 전략을 잘 짜야 하겠지요. 또 하나의 교훈은 ‘게임이 끝날 것 같은 다급한 생각에, 바로 턱밑까지 다가온 벽돌 깨는 데에만 신경 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위쪽에 있는 벽돌들을 깨려고 노력하면 아래쪽에 있는 벽돌들은 자연히 깨지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눈앞에 있는 불편함이나 어려움만을 해소하려다 보니 더 높은 관점에서, 더 넓게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만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가 느낀 점 치고는 꽤나 거창하지요? 자신의 시선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발레 무용수들이 제자리에 서서 수십 번 회전을 해도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는 이유는 멀리 한 곳을 바라보면서, 돌기 직전까지 최대한 눈을 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카 레이서들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자동차 속도가 높아질수록 카 레이서의 시야는 좁아지는데, 돌발 상황에서는 시선 바로 앞의 좁은 상황이 반대편 더 넓은 쪽으로 시선을 향해야 위험한 상황을 잘 극복해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시선을 어디를 향해 있습니까?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저물어 갑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 높은 이상과 꿈을 향해서 눈을 떼지 않는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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