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 전 국회의원이 한 시대를 풍미하고 71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민자당과 신한국당 대표를 비롯해 사무총장과 원내총무 등 정치인으로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러나 결코 그 자신은 대통령 근처에도 못 가고 대신 `킹 메이커'로서 화려한 정치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유신말기인 79년에 정계에 입문한 뒤 11대부터 15대까지 내리 5선을 역임한 김 전 의원은 5공 말에 청와대 정무수석과 비서실장을 거쳐 노태우, 김영삼 정권 창출에 1등 공신이 되면서 `킹 메이커'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한 그는 이 때부터 당내 요직을 거치면서 거물급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넓혀 가는데 정무장관 3번을 비롯, 여당 대표와 사무총장, 원내총무를 각각 2번씩 지낸 것만 봐도 그의 정치적 무게를 짐작하고 남는다. 이후 97년 대선 때는 신한국당 `9룡' 중 한 명으로 대권도전에 나섰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며 세 번째 킹 메이커에 도전했으나 이 후보가 대선에 패배하면서 그 역시 정치계에서 퇴보하게 된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으면 그의 정치적 말로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지만 결국 김 전 의원은 마지막 모험을 걸었던 16대 총선에서 낙마하고 신장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다 유명을 달리했다. 유신정권에서 5공을 거쳐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까지 김 전 의원의 정치역정이 그야말로 파란만장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의 킹 메이커의 한 명인 안희정씨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킹 메이커로서 커 보지도 못하고 싹부터 잘려나가는 꼴이다. 안씨는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준 기업을 기억 못할 정도로 정치자금을 끌어 모았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정치자금의 출처를 모른 채 쓰기만 했을지라도 그의 오른팔인 안씨가 불법 정치자금을 모은 이상 노 대통령으로서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또한 내년 총선에 출마가 확실시되던 안씨로서도 정치적 출발선에서 발목이 잡혔으니 지금으로서는 그저 킹 메이커로서 만족해야 할 상황이다. 김대중 대통령을 만든 권노갑, 박지원씨의 행보를 안씨가 너무도 일찍 걷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자못 궁금해진다.(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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