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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구 인천시 관광특별보좌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웹진 문화관광」 12월호에 눈에 띄는 특집기사가 실려 있었다. 기사의 제목은 ‘각국의 관광분야 중장기 정책 동향’. 일본 테이쿄대학의 김진만 교수를 비롯한 4명의 전문가가 영국, 일본, 중국, 호주 등의 관광정책을 검토하고 분석한 결과를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각론은 차이가 있을지언정 큰 틀에서는 4개국 공히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첫 번째는 그들 모두 패키지 관광 중심의 빅 투어(Big Tour)보다는 개별관광객(FIT, Foreign Independent Tour) 중심의 스몰 투어(small tour)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본은 개별 여행객을 위해 민박서비스에 대한 법적 규정 완화를 추진 중에 있으며 중국인 개인관광비자 조건을 개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호주는 IT에 익숙한 젊은 개별 관광객을 위해 온라인 마케팅과 판매 강화를 목표로 하는 ‘디지털 역량 강화’를 역점사업으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는 내국인의 국내관광을 뜻하는 인트라바운드(intrabound)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에는 중국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국 정부는 아예 관광시장 발전 방침의 기조를 바꿀 만큼 내수관광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인바운드 관광을 강력하게 발전시키고 국내관광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며 아웃바운드 관광을 적절하게 발전시킨다’였던 관광정책 기조를 2010년에 들어서면서 ‘국내 관광을 전면적으로 발전시키고 인바운드 관광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며, 아웃바운드 시장을 질서 있게 발전시킨다’로 교체한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객을 20%까지 줄이는 여행제한 조치를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구경하고 지나치는 관광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며 즐기는 관광의 추세에 걸맞은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대도시 중심의 관광코스를 확대해 소도시나 시골지역까지 개성 있는 관광 목적지로 발전시킬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도 전통주 양조장 투어, 로케이션 투어 등 지역 고유의 특성을 살린 관광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호주는 관광산업에 원주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원주민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개별 관광객을 위한 환대체계 개선, 내수관광 활성화, 체험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에 각국 정부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개별 관광객 시장은 우리 역시 깊은 관심을 둬야 할 대목이다. 일례로 산커(散客, 중국인 개별 관광객)가 전체 중국 관광객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소개한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 제한조치가 실제로 발효되면 이들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관광 활성화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관광 수지적자 규모가 7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적어서가 아니라 해외로 나가는 국내 관광객이 훨씬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리의 관광정책이 외래 관광객, 특히 유커(游客,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만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국내관광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인색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코레일 등이 선도적으로 국내여행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나서서 국내여행 상품 개발을 장려하고 각 지자체가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체험관광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다. 특히 문화체험은 중요하다. 문화체험 하면 지금이야 주로 K-팝(가요) 중심의 한류를 언급하지만 우리에겐 그보다 더 다양하고 소중한 자원이 많다. 대표적으로 태권도나 유교문화 같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유산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관광자원이다. 그들이 국기원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안동이나 지리산 서당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전통예절을 익히고 붓글씨를 써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삼성이나 현대차와 같은 국내 글로벌 기업의 참여를 통한 산업관광 코스도 개발할 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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