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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
파부침주(破釜沈舟),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의미이다.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오는 말로 초나라의 항우가 진나라와의 결전을 앞두고 솥과 배를 부순 행동에서 유래됐다.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2017년 중소기업인들이 올 한 해 경영환경을 전망하면서 선정한 사자성어이다. 그 어느 해보다도 어려운 전망을 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고자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하겠다는 중소기업인들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올해의 경제를 그 어느 때보다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9곳(87.8%)이 올해 경기를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인들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는데 이는 정부는 물론 OECD, KDI, 한국은행 등 국내외 경제전문기관들의 예측치보다 낮은 수치이다.

 경제환경뿐이겠는가? 지금 우리는 유례를 찾기 힘든 대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한국경제가 처음으로 3년 연속 2%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반세기 동안 자리잡아온 국제질서의 변화와 뉴 노멀(New Normal) 시대의 정착 그리고 국내정치·사회적으로 불어 닥칠 변화는 그 방향성조차 쉽사리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현실을 딛고 있는 한 발을 더욱 견고히 하고 다른 한 발은 미래를 향해 내딛는 전환기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전환기에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정책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등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의 법제화 등 대기업 중심 경제폐해를 바로잡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원활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 기관과 관련단체들도 달라져야 한다. 좀 더 현장에 다가가서 중소기업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를 듣고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과 정책의 괴리를 극복해야만 작은 정책일지라도 많은 효과를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탄핵과 대선 정국의 각자도생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정부의 강력한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원기관과 관련단체들이 좀 더 목소리를 높이고 중소기업의 현장의 소리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이제 중소기업인들도 위기와 기회가 동전의 양면 관계라면 위기만 크게 볼게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보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창의적인 자세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의 답습을 버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표준이 된 상황에 맞춰 핵심역량을 키우고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이 최악의 어려운 경제전망을 하면서도 파부침주라는 고사성어를 선정한 것은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각오를 천명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중소기업인들의 뜻과 각오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희망과 개벽을 의미한다는 붉은 닭의 해를 맞아 어둠속에서 빛의 출현을 알리며 만물을 깨우는 붉은 닭의 기운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하고 큰 걸음을 내딛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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