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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 원장
최근 우리 국내정국의 혼미(昏迷)상을 가져온 주요 인물들의 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언급을 비유할 때 흔히 ‘악어의 눈물’로 비유한다. 고대 이집트의 전설에서 유래된 이 말은 사람을 잡아먹고 흘리는 ‘악어의 눈물’이 얼마나 가식적이고 거짓으로 흘리는 눈물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이런 ‘악어의 눈물’은 지난 1일 김정은이 육성신년사를 발표하면서 보인 행태에도 예외없이 그 진면목을 보이고 있다. 당시 김정은은 과거와는 달리 눈물을 글썽이며 "능력이 따라 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하면서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해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갈 결심을 하였다"고 밝혔다.

 이런 표정과 발언을 접한 우리는 이제 겨우 30대 초반의 어린 나이인 김정은이 조금씩 철이 들어 무언가 ‘인민’을 위해 전심전력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후 전개된 북한 내의 여러 정책추진 과정을 보면, 이런 김정은의 제스처야말로 이른바 ‘악어의 눈물’과 같이 인민들을 속이고 기만하기 위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정은은 이 추운 엄동설한에 인민들에게 절실한 옷가지와 식량을 배급하기는커녕 과거와 조금도 다름없이 못된 짓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김일성, 김정일 시대부터 계속 이어져오던 신년사 및 당보-군보-청년보 공동명의의 신년공동사설에서 "제시된 과업을 철저히 이행하자"라는 명분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인민들을 동원해 군중대회나 궐기모임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올해에도 변함없이 북한당국은 김정은의 육성신년사가 발표된 직후부터 조선중앙통신(KCNA)을 비롯해 로동신문, 민주조선 등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신년사에서 제시된 전투적 과업을 높이 받들고 새해 행군길에 떨쳐 나서자"고 역설하면서 인민들을 들볶고 있다.

 즉 신년사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 군중대회를 필두로 각급 시와 도는 물론이고 청년전위와 여맹, 농근맹 등 각급 단체, 기관이나 기업소, 공장, 협동농장 등에서 군중대회를 잇따라 열도록 강요하고 있다. 특히 평양에서 열린 ‘신년사 과업 관철을 위한 당-국가-경제기관-무력부문 일꾼연석회의(1월 7∼8일)에서는 "모든 일꾼들이 시대와 혁명 앞에 지닌 사명과 임무를 깊이 자각하고 자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 나감으로써 당의 구상과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 한몸을 촛불처럼 불태워야 할 것"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지금 대부분의 인민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운데서도 이렇듯 반강제적으로 동원돼야 하는 각급 군중대회나 궐기모임에 참가하느라 신년 벽두부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민들 속에서는 어떻게 이런 정권이 "인민을 위해 일하고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정권인가, 이것이 우리식 사회주의인가"하는 자조(自嘲) 섞인 불평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가고 있다. 특히 북한당국의 이런 행태는 그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주창(主唱)하고 있는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을 높이 발양하기 위한 우리식 사회주의는 인민대중에게 자주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생활을 보장해주는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제도’의 시대착오적 행태와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비판의 차원을 넘어 안타까움을 느끼게까지 해주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볼 때, 김정은이 육성신년사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눈물까지 보여가면서 자신의 능력 부족을 내세운 것이 또다른 인민을 기망(欺罔)하고 속이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함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북한정권은 언제까지 이런 ‘악어의 눈물’과 같은 제스처와 눈속임으로 이 지구상에 존재하려는 것인가, 2천400만 명의 주민들은 언제까지 이런 반인민적이고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김정은 정권의 폭압독재정치의 틀 속에서 안주(安住)만 하고 있을 것인가? 신년 벽두에 새삼 느끼게 되는 ‘북한평설’의 일단(一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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