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6·8공구는 부동산업계에서 ‘송도 위의 송도’ 혹은 ‘송도 안의 송도’라고 불린다. 투자자와 개발업자들 사이에서는 마지막 ‘베팅’을 유혹하는 노른자 땅으로 비춰지고 있다. <관련 기사 3면>


지난 10일 송도 G-타워에서 열린 ‘송도 6·8공구 개발사업 시행자 선정을 위한 사업설명회’에는 400여 명의 국내외 투자자와 건설사, 금융사 관계자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들었다. 이 땅을 둘러싼 ‘쩐(錢)의 전쟁’을 예고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갯벌을 매립한 이 땅에 한국에서 가장 높은 151층 인천타워를 세우는 등 18조8천억 원을 투입해 ‘송도랜드마크시티(SLC)’를 조성할 요량이었다. 해수를 품은 드넓은 중앙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짓고, 바다와 호수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명품 아파트에 복합쇼핑시설과 문화·레저·업무시설 등을 갖춘 이른바 ‘두바이급’ 국제 비즈니스 도시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2006년부터 사업은 시작됐다. 송도국제도시 전체 면적(53.4㎢)의 11%(583만㎡)에 달하는 땅이다.

 22일 현재 매립공사를 끝내고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인 이 땅의 모습은 여느 신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짓고 있는 수천 가구의 아파트가 전부였다. 수변공간을 활용한 국제 비즈니스 도시는 ‘허울’에 불과했다.

 세계적 건축가가 짓겠다던 151층 인천타워 역시 신기루가 되고 말았다. 이 사업자는 2015년 1월 사업을 접고 떠났다. 함께 사업을 추진한 국내 건설업체로부터 170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업계에선 전한다. 인천시민들의 혈세로 메운 땅을 담보로 10년 가까이 공수표를 날린 대가치곤 쏠쏠한 이득을 챙긴 것이다. 국내 건설업체도 사업 조정 합의를 통해 송도 6공구 내 33만9천900㎡의 공동주택용지(6개 필지) 개발우선권을 시와 경제청으로부터 받았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이 국내 건설업체는 지난해까지 2개 필지(A12·A13블록)의 공동주택을 분양하며 계약을 모두 마무리해 재미를 봤다는 시각이 많다.

 어찌됐든 SLC 조성사업은 흐지부지됐다. 이후 거론된 사업이 엑스포시티다. 민선6기 시정부 초기 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월드마켓센터 설립자가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의 형상을 본따 만든 사업계획이다. 이 사업도 지난해 물거품이 됐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물론 자금 조달 내용도 없는 상태에서 ‘A4용지’ 몇 장에 인천시 정책결정자들이 농락을 당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시와 경제청은 6·8공구를 국제 비즈니스 도시에서 관광·레저 등 서비스산업이 중심이 되는 도시로 개발콘셉트를 은근슬쩍 바꿨다. 지금 다른 사업자를 찾고 있다. 공모를 거쳐 4월께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어떤 그림과 개발업자가 선정될지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느 때와 다르다는 것을 시와 경제청은 곱씹어 봐야 한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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