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할 때 흔히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을 쓰곤 한다. 요즘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어처구니없다’가 대세일 듯하다. 충격, 분노, 체념을 지나 허탈의 지경에 이르러 ‘어처구니 없다’라고 할 때는 이성 정지와 감정 진공의 ‘멘털 붕괴’ 상태를 가리킨다고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어처구니’는 ‘상상 밖으로 큰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우리말로 ‘어처구니없다’는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로 풀이하고 있다. ‘어처구니’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는 두어 가지가 전해진다고 한다.

첫 번째는 궁궐 추녀마루 끝자락에 있는 흙으로 만든 다양한 형상의 조각물을 일컫는 말로 지붕의 추녀마루와 기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고 궁궐의 나쁜 기운을 물리치며 건축물을 수호하는 장치로 장식해놓은 것이다.

중국 당 태종이 밤마다 꿈에 나타나는 귀신을 쫓기 위해 병사를 지붕 위에 올린 데서 유래한 것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기와장이들이 궁궐을 지을 때 어처구니를 깜박 잊고 올리지 않은 데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어처구니는 궁궐 지붕에만 세우는 것이라 서민들의 지붕을 올리는 것에만 익숙했던 기와장이들이 빼먹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왕실에서는 궁의 권위를 실추시킨 기와장이들을 쳐다보며 "쯧쯧, 어처구니가 없구만"하고 혀를 찼다고 한다.

두 번째로 전해지는 어원은 맷돌의 손잡이에서 유래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처구니’의 어원을 보면 관용적으로 맷돌을 돌릴 때 쓰는 ‘나무손잡이’ 혹은 바위를 부수는 농기계의 쇠로 된 머리 부분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맷돌은 있는데 손잡이인 ‘어처구니’가 없다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여기서 유래가 됐다는 이야기다. 시절이 하수상한 요즘 이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져 답답한 마음뿐이지만 밤새 달려간 동해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다짐했다. 맷돌에 꼭 필요한 어처구니가 없으면 맷돌의 가치가 없어지듯 가치를 잃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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