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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운 안양시장
옛날 하(夏)나라의 우(禹)임금은 어진 백성들을 맞이하기 위해 한 끼 밥을 먹다가도 열 번을 기꺼이 일어나고, 한 번 머리를 감을 때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쥐고 나와 천하의 백성들을 위로했다고 한다.

 바로 ‘일궤십기(一饋十起)’. 부지런하고 책임감 있는 관리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사람에 대한 각별한 열정과 애정, 그리고 진정한 존중을 깨우치게 하는 고사성어다.

 안양시장으로 근무하는 기간, 나 역시도 주민들을 위해 백 번이라도 일어나 맨발로 맞이하고 함께 울고 웃고 공감하며 그 어느 때보다 진정한 ‘섬김’을 깨우치며 살아가려 노력한다.

 시의 살림살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결국은 가정사의 확대판이다. 어느 한 곳 소홀함은 없는지, 불편하지 않은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를 알뜰히 챙기고 가꿔야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것인지를 가슴깊이 통감하고 있다. 진정한 이해는 ‘소통’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안양시 소통의 중심에는 ‘열린시장실’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매주 한 번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 큰소리로 호통을 치며 들어오셨던 분들도 차분하게 대화를 하고 나면 수고가 많다며 손을 잡아주고 나가신다.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왜 화가 났는지, 시민의 입장에서 듣고 있으면 왜 나를 찾아오셨는지 이해가 된다. 물론 바로 해결해 드릴 수 있는 단순 민원도 있지만 행정 절차상 어려운 일도 있다. 하지만 어려움을 소상히 이야기 하면 "공무원도 어쩔 수 없는 고충이 있구나" 하면서 오히려 힘내라고 이해해 주신다. 결국은 불통에서 오는 오해가 많은 것이다.

 ‘진심토크’도 한몫을 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한 진심토크는 버스 기사 분들이나 청소년, 사회복지사, 경력단절여성 등 비슷한 고민을 가진 단체를 찾아간다. 그동안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소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쏟아내며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토론을 펼쳐왔다. 그 결과 총 314건의 건의사항이 들어와 그 중 176건을 완료하고 80여 건을 추진·검토 중으로 해결률이 81%가 넘고 있으니 이만한 소통창구도 드물 것이다.

 현재 안양에 살고 있는 시민 220여 명이 모여 앉아 진정한 안양을 그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범시민 원탁토론회’, 그리고 ‘제2의 안양부흥’ 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성장할 기업인들과의 소통채널 ‘발로 뛰는 기업 소통DAY’ 역시 함께 그리는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의 소리를 외면해서는 그 어떤 발전도 꿈꿀 수 없다는 것이 공직생활 30년 동안 얻은 불변의 진리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내부의 소통’이다. 항상 묵묵히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 직원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떠나, 동료로 나를 대해주고 함께 고민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주민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가깝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자주 대면할 기회가 적은 새내기 공무원들과는 ‘새모람데이’와 ‘호프토크’등의 토론의 시간을 갖고 상호 소통의 발판을 삼고 있다. 첫 공직에 발을 디딘 젊은 친구들의 시선으로 공직을 다시 되돌아보고 선배로서 조언도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말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듣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귀와 한 개의 입을 주지 않았을까?

 새해를 맞아 ‘주민과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나는 ‘입’을 넣어두고 ‘귀’를 내어드릴 참이다. 진심어린 ‘경청’이야말로 소통행정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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