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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중국 중한자동차 캔보600이라는 중형 SUV가 국내 최초로 상륙했다. 중국산 가솔린 승용차가 국내로 수입된 최초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주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성공할 가능성이 있느냐이다. 대부분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가 워낙 높다 보니 이 정도의 수준으로는 어렵지 않으냐는 평가가 많은 듯하다. 시장이 워낙 까다롭고 치열한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더욱 많은 듯하다. 그러나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에도 전기 버스나 전기 트럭 등 우리는 생산조차 못하는 차종이 이미 수입할 준비가 모두 끝났고 확실시되는 상황일 정도로 전기차는 중국에서 주도권을 쥐고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작년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중 과반수는 중국이 소화할 정도로 시장에서의 중국의 각종 전기차 수준은 인정할 정도가 됐다. 상대적으로 국내의 전기차는 기술 수준이나 보급 수준에서 많이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내연기관 중심의 승용차 시장만큼은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이러한 시장에 드디어 중국산이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중국산 자동차의 국내 상륙은 단순히 끝나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본격적인 공략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수년 전에 필자가 언급한 북경현대차가 국내에 판매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이제는 글로벌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몇 가지 측면에서 이번 중국산 승용차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시작점은 미미하나 추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각종 기본 편의와 안전장치가 수준급이고 가격은 2천만 원 수준으로 저렴하며, 안전도도 보장되고 전국망 서비스센터까지 갖추면 소비자는 반응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민용 승용차라면 더욱 얘기는 달라진다. 가격 경쟁력이 높고 서비스 수준이 높아지면 소비자는 구입을 고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한두 명 구입하는 사례가 늘면 빠른 시간에 시장 확대는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물론 자동차는 쉽지 않은 영역이다.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자동차는 가장 복잡한 약 3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고 안전이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며, 일생 동안 4~5번 교체하는 재산의 가치로 생각하는 특수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벽이 높으나 구멍이 생기면 삽시간에 무너지는 영역도 자동차라 할 수 있다. 수입차 시장도 닫혀 있다가 수년 사이에 약 15% 수준의 점유율까지 올라 간 것을 보면 시장은 항상 닫혀있는 것이 아니라 타이밍에 맞춰 찾아간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국내 자동차 수준은 글로벌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기준을 절묘하게 조합한 수준 높은 국가 수준이 우리나라이다.

 중국산의 국내 진출은 우리의 좁은 시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세계 선진 국가와 가장 많은 FTA를 맺은 국가인 만큼 우리 시장이 게이트웨이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세계 시장도 자동적으로 열린다는 뜻이다. 일종의 관문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와 중국 사이는 기술 수준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품질은 물론 소비자 트렌드 동향 등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가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그 간격이 좁아지고 있으며, 드디어 마지막 성역이라는 승용차 시장까지 열리는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더욱 국내 시장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수입차는 더욱 수준 높아지고 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산까지 가세하면서 틈새 시장에서 국내산은 더욱 고민이 많아지게 됐다. 이러한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에서 정부의 컨트롤타워는 부재돼 있고 혼란스러워 타이밍을 놓치고 있어서 안타깝다 할 수 있다. 당연히 국내 메이커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루속히 정신차려 그나마 남은 기회를 더 이상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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