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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성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7.02.0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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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양 한 마리가 좁은 길을 향해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다가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방문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인간과 양은 서로를 바라보며 경의를 느꼈다. 잠시 후 양은 드러누운 듯한 자세로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었다. 무엇 때문에 나는 나이고 양은 양일까? 양이 또 한 마리 다가오더니 친구 곁에 털을 맞대고 누웠다. 그들은 서로 다 이해한다는, 온유하면서도 즐거운 눈길을 교환했다."

 알랭드 드 보통의 여행기 「여행의 기술」에 나오는 문장이다. 사람을 제외한 세상의 소음은 세상의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살랑 바람 같아서 태풍이 아니면 모른 척해준다. 딱새가 뭔가에 놀라서 훌쩍 뛰어올라도 골짜기 하늘을 맴돌며 높게 지저귀는 소리도, 바위를 가로질러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애벌레에게는 골짜기 바닥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양 떼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TV 예능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면서 소재도 기획도 신선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그 중에서 가족해체니 1인 가구가 대세니 하는 시대라 가족에 대한 향수를 대리해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위가 처갓집을 찾아가 장모님과 생활하는 이야기, 사돈끼리 속내를 공유하는 이야기, 평균 나이 사십을 넘긴 미혼 아들을 지켜보는 엄마의 이야기는 가족관계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타인의 일상을 보면서 종종 마음이 불편해질 때가 있다. 서로의 애정이 과부하로 걸리면 본인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만족스럽지 못해 화가 나고 상대방은 훅 치고 들어오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미화된 펀치에 휘청거리게 된다. 과도한 관심은 위협이 될 수 있고 상대방이 불쾌감이나 불안을 느낄 수도 있다. 내 소유 영역은 내 몸과 마음까지라고 생각하면 좋은데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함께 생활하다 보면 어그러져 각서를 쓰고 벌칙을 정하고 속앓이를 하고 가끔은 환호성을 지르고 하면서 조금씩 상대방 입장을 헤아리게 된다. 여태 쥐고 있었던 사랑인데 권리까지 놓아버리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발 물러서서 봐주는 여유를 가지기까지는 서운한 일도 화나는 일도 가슴 짠한 일도 굽이굽이 종합선물로 겪고 난 이후에 가능해진다. 좋은 일 궂은일을 겪어본 사람이 타인에 대한 생각도 공평해지는 것 같다.

 사람보다 먼저 세상에 등장한 만물은 심오한 인생철학을 책에서 공부로 배우지 않았지만 자연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자자손손 DNA로 남겨 생존의 철칙을 지켜오고 있다. 안달이 난 부산스러움이 없는 자연을 몽땅 가지고 싶은 쪽은 사람이다.

 숱한 자연은 생각도 감정도 어렴풋하다 여겨서 똑바로 봐주는 일도 없고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의 관점에서 그저 바스락대는 생명체로 아니면 무생물로 하대를 하는 무례가 빈번하다.

 그런데 다친 마음을 치유하고 영감을 얻고 심신을 위로받는 장소는 자연이라 생각해보면 모순이다. 하찮은 존재로 여겨 가볍게 대한 자연에서 욕심으로 품위 없어진 마음이 위로받아 거친 숨소리가 차분해진다.

 천박한 욕정도 상스러워지기까지 한 이기심도 다스려지면 사람은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간다. 세상에서의 생각이 거칠어져 고해성사가 반복되더라도 자연에 받은 치유로 조금씩 모난 모서리가 둥글어져 갈 것이기에.

 우리는 모두 방문객으로 세상에 와서 동시간대을 공유한 인연으로 맺은 관계다. 바닥을 드러내지 않고 서로의 심장 소리를 아름답게 들어 주면 좋겠다. 시끄러운 세상은 솟구치는 펌프질로 심장도 과부하가 걸린다. 심장은 생명 있는 모든 존재의 체액이 몸 안에서 반드시 이동하는 곳일 테니 저 위의 양들처럼 평안한 심장박동의 세상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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