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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장

새해 들어 한동안 관망적 자세와 입장을 견지하던 북한이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개 꼬리 3년을 묻어 둬도 황모(黃毛)가 되지 못한다’는 속담을 상기시키려 하는 듯 예전의 반평화적이고 반인륜적인 테러행위를 재현하고 있다. 지난 12일 ‘북극성-2형’으로 명명한 사거리 500여km의 탄도미사일을 평북 방현지역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이 세계평화와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도발행위라면, 그 익일인 13일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을 사주(使嗾)해 독침으로 피살한 것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반인륜적 테러행위이다. 북한이 바로 이 시점에서 한동안 은인자중(?)하는듯한 행태를 벗어나 잇따라 반평화 도발적 행위이자 반인륜적 테러행위를 자행한 것은 여러 가지 나름대로 추구하는 의도가 있을 것이나, 이 두 가지 사례는 원천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큰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자충수"가 틀림없다.

 북한당국의 이번 조치는 건전한 상식과 이성만을 가지고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받아들이기조차 난망한 ‘악수(惡手) 중의 악수’라는 비판과 공분(公憤)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망상(妄想)의 발로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자신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암살한 사건은 전 세계의 엄청난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임과 동시에 맹방(盟邦)인 중국의 입장마저도 매우 곤혹스럽게하는 악재(惡材)라는 점에서 전 세게에 또다시 김정은 정권의 포악성과 철면피한 본모습을 드러내는 반인륜적인 폭거임이 분명하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김정남이 자신의 ‘백두혈통 적자’라는 주장과 선전에 정면으로 장애가 되는 직접적인 인물로 비쳐졌고, 특히 맹방인 중국이 급변사태 시 김정남을 옹립하기 위해 보호하고 있다는 심증을 가지면서 김정남을 잠재적 권력 경쟁자로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으로서는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하는 과정에서 ‘암(癌)적인 존재’와 같은 김정남을 처형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강박관념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가 이번 피살사건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김정은의 김정남에 대한 불안감과 일종의 ‘혈통에 대한 콤플렉스’는 지난 2010년 중국 베이징에서의 김정남 암살공작에서도 잘 나타났으며, 고모부인 장성택의 처형 이유 중 하나로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피살사건은 김정은이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자신의 정적(政敵)을 암살함으로써 후환을 없앤다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은 엄청난 후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은 거듭된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제2321호에 의한 압박과 고통을 받고 있고, 여기에 더해 북한주민의 인권탄압과 유린으로 김정은이 국제형사재판소에 피소될 예정으로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맹방인 중국이 음양으로 신변을 보호하고 있는 김정남을 제3국인 말레이시아에서, 그것도 국제공항과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공작원을 시켜 피살했다는 것은 어떤 명분과 구실을 내세워도 결코 정당화, 합리화될 수 없는 엄청난 범죄행위이다.

 결국 이런 김정남의 피살은 1997년 2월 북한공작원에 의해 암살당한 김정일의 처조카인 이한영, 그리고 김정일에게 ‘곁가지’로 분류돼 폴란드 등에서 대사(大使)로 추방(?)돼 있는 김평일 등의 사례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김정은 정권의 광기가 어느 정도에 이르고 있는가 하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자, 반인륜적 잔인성의 극치를 나타내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번 피살사건으로 북한정권, 아니 김정은 정권의 말로가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보여지며, 우리로서도 하루라도 빨리 ‘내정(內政)의 혼탁상태’에서 벗어나 국내안정을 되찾는 가운데 민관군이 혼연일체가 돼 북한의 ‘럭비공’ 같은 대남위협이나 교란, 도발책동에 대해 만전을 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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