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회 회장/삼산고등학교장
백령도는 우리나라의 최북 서단에 위치한 섬으로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을 타고 약 4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백령도(白翎島)란 이름은 섬 모양이 고니가 흰 날개를 펼치고 나는 모양을 닮아서 붙여졌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백령도가 북방한계선(NNL)에 인접하고 북한의 옹진반도와 가까워 흔히 38선 이북에 있는 섬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38선 이남인 북위 37° 52′에 있다. 백령도는 2006년 사곶과 화동 사이에 방조제가 준공됨에 따라 백령호수와 간척지가 생겨나 우리나라 8번째 큰 섬이 됐다.

 백령도는 국가지정 명승 제8호로 지정된 두무진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제391호 사곶해안, 제392호 콩돌해안, 제393호 감람암 포획현무암, 제507호 남포리 습곡과 단층, 제331호 잔점박이물범, 제521호 연화리 무궁화나무 등 천연기념물을 6개나 보유하고 있는 자연유산의 보물섬이다.

 백령도를 여행할 때는 물때를 고려해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간조 시간에는 해안가에 주로 노출된 자연유산(사곶 천연비행장, 콩돌해안, 남포리 습곡, 진촌리 감람암현무암, 잔점박이물범 등)을, 만조 때에는 섬 안쪽에 있는 역사·문화유산(진촌리 말등패총, 첨사비군, 심청각, 중화동교회, 연화리 무궁화나무, 동키부대 주둔지, 천안함 폭침 추모비 등)을 살펴보기를 권장한다.

▲ 두무진 전경
# 서해의 해금강 두무진

백령도 북서쪽 해안가에 위치한 두무진은 지금으로부터 10억 년 전에 모래가 퇴적해 형성된 사암이 긴 지질시대를 거치면서 변성돼 만들어진 규암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변성됐음에도 불구하고 퇴적 당시의 한 겹, 한 겹 쌓여서 생긴 층리, 빨래판을 보는 듯한 물결무늬 구조, 층리 사이에 경사진 소규모 층리인 사층리 등을 간직하고 있어 얇은 수심의 환경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무진 관광의 백미는 유람선을 타고 두무진의 전체 모습을 해상에서 바라다보는 것이다. 특히 해 질 무렵 두무진에서 바라보는 석양의 모습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간조 때는 두무진 정상부에 설치된 통일기원비를 넘어 산책로를 따라 두무진 서쪽 해안가로 접근할 수 있다. 이곳에는 해식동굴, 시 아치, 시 스텍 등과 같은 해식 지형과 물결무늬 구조, 사층리, 둔덕사층리 등과 같은 퇴적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 잔점박이 물범
# 백령도를 상징하는 해양포유동물 ‘잔점박이물범’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된 백령도 점박이물범은 고래를 제외하면 서해안의 유일한 해양포유동물이다. 점박이물범을 주로 발견할 수 있는 곳은 하늬바다의 물범바위, 두무진 형제바위 앞 너럭바위, 연봉바위로 간조 때 바위 위에 올라와서 쉬는 모습이 목격된다. 12월에 서해 연안을 따라 발해만까지 북상해 지내다가 4월에 다시 백령도에 내려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매년 점박이물범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 지구 내부의 비밀을 간직한 ‘진촌현무암’

진촌현무암은 섬의 북동쪽 진촌리 마을을 중심으로 북동 해안까지 분포한다. 진촌현무암에는 직경 5∼10㎝ 크기의 감람암이 포획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감람암은 마그마가 분출될 때 맨틀의 일부분이 포획된 것으로, 맨틀의 구성 물질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단서를 제공한다. 진촌현무암은 천연기념물 제393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 천연비행장으로 사용했던 ‘사곶해안’

사곶해안은 규암이 풍화 침식을 받아 생성된 고운 모래가 쌓여 이뤄진 해안으로 한국전쟁 때 비행기가 착륙할 정도로 단단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곶해안이 이처럼 단단한 것은 밀물 때 조류가 강해 모래를 운반해 다져지고 조류가 다른 지역에 비해 강해 점토는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천연비행장으로 사용한 해안은 나폴리해안과 백령도 사곶해안밖에 없어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1995년 간척공사로 백령둑과 백령대교가 건설된 이후 조류의 변화로 점토가 먼 바다로 이동하지 못하고 해안의 모래와 섞여 점차 바닥이 물러져 자동차가 빠지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 콩돌해안
# 공기놀이하기 좋은 조약돌로 구성된 ‘콩돌해안’

오군포 해안가에 발달된 콩돌해안의 규모는 길이 1천500m, 폭이 50m 정도로 콩알처럼 작은 자갈부터 비교적 큰 조약돌과 같은 자갈로 구성돼 있다. 그 표면이 매끈하고 다양한 색을 띠어 아름답기 그지없어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됐다.

 이곳의 자갈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그 단서는 콩돌해안 양쪽 끝에 노출된 암석에서 찾을 수 있다. 콩돌해안가에 노출된 암석에는 지각변동을 받아 갈라진 틈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이 틈들이 오랜 세월이 지나 점점 커져 틈 사이에 있는 작은 암석들이 빠져나오게 된다. 그 후 작은 돌멩이들이 파도의 영향으로 마모돼 매끈한 콩돌로 바뀌게 된다.

# 대규모로 휘어지고 끊어진 ‘남포리 습곡과 단층’

천연기념물 제521호로 지정된 남포리 습곡은 동아시아 일대에 광범위하게 일어난 고생대 말에서 중생대 초의 커다란 지각변동으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선명하게 드러난 큰 규모의 습곡과 단층은 매우 드문 것으로 그 형성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치가 크다.

▲ 해식동굴 형제바위
#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무궁화 ‘연화리 무궁화나무’

천연기념물 제521호로 지정된 연화리 무궁화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중화동교회 옆에 있다. 그 높이가 6.3m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 수령은 100여 년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가 볼 만한 곳으로는 용기포 등대해안, 창바위, 사곶해안과 백령호 그리고 화동염전과 멀리 북쪽으로 용기원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사곶전망대를 추천한다.

이 밖에 백령도는 심청전의 배경이 되는 섬으로 심청전에 나온 지명이 많다. 두무진과 장산곶 사이의 인당수, 심청이 환생했다는 ‘연봉바위’, 연꽃마을이라는 연화리, 뺑덕어미가 살았던 장촌 등이 있다. 또 진촌 북서쪽 구릉에는 심청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심청각과 인당수·북한의 옹진반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조성해 놓았다.

백령도 중화동에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지어진 중화동교회와 우리나라 기독교 전파의 역사를 한눈으로 볼 수 있는 기독교 역사관이 설치돼 있어 기독교 신자들이 많이 방문하기도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이 아름다운 자연풍경도 좋지만 먹을거리도 중요하다. 20여 차례 백령도를 방문한 필자는 장떡, 굴메밀, 칼국수, 비빔냉면과 물냉면을 합쳐 놓은 반메밀냉, 백령도에서 기른 돼지 생삼겹살 등을 꼽고 싶다.

백령도 특산물에는 까나리액젓과 하수오 엑기스 등이 있다.

 정리=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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