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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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 한다
신효성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7.03.08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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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모든 작가는 자신의 언어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한 자세로 기대어 묵은 잡지를 뒤적이는데 눈에 꽂히는 문구가 있었다. 조건반사처럼 단정하고 꼿꼿하게 자세를 바로잡아 앉았다. 세상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고 있는가, 검증하는 마음이 편하질 않다. 글을 써 온 세월이 꽤 쌓였는데도 작가라는 호칭은 여전히 쑥스럽다. 작가는 자신만의 손맛으로 조리한 작품을 독자에게 맛보인다. 입맛은 천차만별이라 호불호 분명한 반응이지만 맛집은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이고 그만그만한 맛을 내 놓는 곳은 평타를 치고 발길 뜸한 곳은 한산하다.

 세상의 입맛에 예민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찾아가고 싶은 맛집이 나쁠 것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이들이 많아서 맛깔스러운 상차림이 되었다면 준비하고 만들고 차려내고 하느라 든 수고가 위안이 될 것이기에. 문학도 문학적 정서도 풍성했던 예전의 골목은 옆집과 함께 사라지고 이웃과의 나눔이 번거롭게 여겨져 관심 밖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가 건조해져서 사소한 불씨에도 화재가 발생하고 때로는 방화로 불이 나기도 한다. 작가나 문학작품이 상담가도 아니고 시류에 편승한 성공을 보장해 주지도 못하는 현실을 간파한 경제논리에 밀려서 문학책의 판매가 하향 곡선으로 내려가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바닥이 되었다. 그런데 가성비 볼품없어 하며 하대하던 문학에서 위로를 찾고 작가가 차려낸 상차림을 받고나면 입맛이 살아난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뚜벅뚜벅 문학의 골목을 걷는 울림이 커져가고 있다.

 안녕하신지요? 문학이 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책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직접 안부 물어주는 구절은 없지만 작가의 언어로 풀어낸 이야기를 한참 읽고 있으면 현재의 나를 안아주며 지금 내 위치를 내비게이션으로 보여주고 안내해 세상 속의 내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정보를 알려주어 하릴없이 옭아매었던 가슴의 압박이 풀어져 숨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당신의 말처럼 치열한 세상한테 정 맞고 거친 사회한테 사포로 문질러진 가슴이 문학책 속의 한 구절에 혹은 주인공의 고민이나 결단에 새롭게 살아갈 이유를 얻어 비타민 같은 청량의 역할을 해 주었다는 말을 들으면 작가로서의 자존감이 살아난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서 살았거나 집필을 했던 작가의 흔적을 찾아본다. 작가의 기념관도 단골 찻집이나 술집도, 산책하며 작품을 구상했던 곳도 소중하다. 작가의 작품 속에 녹아들어간 지평융합의 장소는 손맛 야물지 못해서 어설픈 작가인 내게 제대로 맛집 경험을 하는 의미 있는 장소다. 작가를 읽고 작품을 읽고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읽고 감동을 읽고 내 모습을 투영해 보면서 다양한 장르의 문학작품으로 태어난 장중하고 다채로운 작품 속에서 세상의 퇴로가 아닌 골목을 발견하고 맛집을 발견한다. 뛰어난 문학 작품은 다른 예술의 영역에도 영감을 준다. 영감의 샘물에 시공간은 큰 의미가 없다. 시대를 초월해 영화로 연극으로 오페라로 그림으로 조각으로 작가의 작품은 무수한 생명을 얻어 재창조된다.

 어찌 보면 인간의 태초부터가 문학이었다 해도 과장은 아닐 터, 태초의 신은 인간을 두어 스토리텔링을 만들었다. 문학의 원형이 탄생한 배경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리스로마 신화, 혹은 세계 각국의 나라마다 가진 독창적인 신화는 장중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문학 작품 전반에 마르지 않은 영감을 준 샘물로 작가에게는 캐도 캐도 없어지지 않는 무궁한 창작의 보물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문학은 때때로 희망으로 애정으로 세상을, 사회를, 인간을 고찰하게 만든다. 절대권좌를 내몰고 의식의 정당한 비판을 가르치고 새로운 시각으로 지평을 넓혀주고 바른 길을 제시한다. 가끔은 긍정이든 부정이든 들끓는 에너지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가진 작가를 꿈꾸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애당초 능력 밖의 일이다. 소소한 평온을 누리고 가끔 잔잔한 감동으로 위안을 나누는 작가이고 싶다. 찬이 많지 않아서 단출하지만 맛깔스러운 음식 하나는 만드는 골목집이고 싶다. 문학 한다는 말을 쑥스럽지도 민망하지도 않게 무심하게 할 날이 올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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