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회 회장/삼산고등학교장
대청도는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직선거리 약 190㎞ 떨어진 섬으로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을 타고 4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대청(大靑)이란 명칭은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검푸른색을 띤 큰 섬이라고 해서 붙여졌다.

 대청도에서 100여 년 이상 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은 ‘옥죽포구’로 가는 길가와 모래울 사구로, 이곳의 소나무는 유전자보호수종으로 지정돼 보호하고 있다.

 대청도에는 우리나라 섬에 있는 사구 중에서 가장 큰 ‘옥죽동 사구’, 100년 이상 된 푸른 솔이 아름다운 ‘모래울 사구’ 등 크고 작은 사구들이 북쪽과 서쪽 해안가에 발달돼 있다. 사구에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불구하고 식생하고 있는 순비기나무, 통보리사초, 갯메, 해당화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구식물을 손쉽게 관찰할 수 있다.

 검은랑산 7부 능선까지 모래가 쌓여서 형성된 ‘옥죽동 사구’는 20여 년 전에 심은 소나무 방풍림이 자라면서 해안으로부터 모래의 공급이 원활치 않아 면적이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사구 내 모래의 이동이 약해져(비활성 사구화) 사구식물들의 식생지역이 늘어나고 있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대청도는 약 10억 년 전에 모래가 쌓여서 생긴 사암이 지각변동을 받아 만들어진 규암으로 대부분 구성돼 있다. 대청도를 이루고 있는 규암을 자세히 살펴보면 퇴적 당시 형성된 물결무늬 자국(연흔), 사층리 등의 퇴적구조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미아동 해안에 노출된 암석의 층리면에는 빨래판과 흡사한 모양의 물결무늬 자국이 대규모로 발달돼 있는데, 그 바로 아래쪽 조간대 모래갯벌 표면에는 현생 물결무늬 자국이 대규모로 발달돼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10억 년의 화석화된 물결무늬 자국과 현생 물결무늬 자국을 한 장소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곳은 대청도 미아동 해안가밖에 없을 것이다.

▲ 푸른 파도가 밀려오는 대청도 농여해안
대청도 농여해안에는 아름다운 ‘시 스텍 고목(나이테)바위’가 있다. 고목바위는 원래 수평방향으로 퇴적돼 형성된 사암과 셰일이 커다란 지각변동을 받아 변성된 규암과 점판암이 거의 수직으로 서 있다. 또 규암과 점판암의 차별침식으로 점판암 부분에 구멍이 뚫어져 신비함을 더하고 있다.

 대청도를 구성하고 있는 암석이 보존하고 있는 퇴적구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대청도의 중앙부를 이루고 있는 ‘삼각산’, ‘미아동 해안’, ‘황금동 해안’ 등의 암석은 퇴적 당시 순서와 같은 순서를 유지하고 있으나 동서단에 위치한 지두리 해안, 옥죽동 해안, 답동산책로 해안 등의 암석은 퇴적 당시 순서와 정반대로 뒤집혀져 있다. 이곳의 지층이 뒤집혀진 지질사건은 언제 어떻게 생긴 것인지 지질학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최근에는 천천히 산책하면서 해안가를 만끽할 수 있는 황금 트레킹 산책로가 마련돼 대청도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청도 남서쪽에 위치한 광난두 전망대에서 출발해 서풍받이 전망대, 마당바위, 기름아가리 등을 거쳐 다시 광난두 전망대까지 1시간 30여 분 정도 소요되는 ‘서풍받이 산책로’가 명품 산책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 옥죽동 사구 원경
서풍받이 산책로는 해안에 인접한 구릉을 따라 마련돼 있어 해안절벽과 바다 풍경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나무와 소사나무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대청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우리나라에서 대청도와 백령도 일부 지역에서만 식생한다고 알려진 ‘대청부채’를 볼 수 있기를 바라지만, 과거에 많이 자랐던 대청부채는 아름다움과 귀풍스러움에 반한 나머지 무분별한 남획으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다. 그래서 환경부는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필자도 10여 차례 대청도를 방문했으나 좀처럼 대청부채를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다행히도 지난해 여름(2016년 8월) 대청도 해안절벽에서 2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군락지를 발견해 아름다운 대청부채 꽃을 볼 수 있었다.

# ‘한국의 사하라’라는 별명을 안은 옥죽동 해안사구

옥죽동 해안사구는 옥죽포와 농여해안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 쌓인 사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사구에 방사림 소나무를 식재해 지금은 규모가 반으로 줄어든 상태다. 최근 모래 유입이 감소함에 따라 사구의 모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 농여해안 나이테 바위.
# 농여해안 나이테바위

농여해안에는 지층이 90。 회전해 바로 서 있는 나이테 바위가 있다. 점토질과 사암질이 교호하고 있는 지층 가운데 침식에 약한 점토질이 빨리 깎여 나가 구멍이 만들어졌다.

▲ 옥죽동 사구에 가득 핀 갯메꽃
# 지각의 대역전을 엿볼 수 있는 지두리 해안

대청도 지두리 해안의 지두리 명칭은 함경도 사투리로 문을 연결하는 ‘경첩’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두리 해안의 모습이 마치 경첩처럼 ‘ㄷ’자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알려졌다. 지두리 해변 동쪽으로 드러난 지층은 위아래의 지층이 위치가 역전, 다시 말해 지층이 횡압력을 받아 완전히 뒤집힌 것이라 볼 수 있다. 지각변동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 대청도에서 발견된 ‘대청부채’

대청도와 인근 백령도, 평안북도 등지에 생육하는 고유종으로, 마치 꽃 모양새가 부챗살과 비슷해 대청부채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꽃은 오후 3∼4시에 활짝 벌어지고, 오후 10시에 오므라들기 때문에 여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모래울 사구와 적송 군락
# 모래울 사구에 안착한 해송군락

모래울 사구에 뿌리를 내린 해송들의 풍경은 사시사철 시원스러운 건강미를 선사한다. 사구에 안착한 해송의 뿌리는 모래를 단단히 고정시켜 사구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한다. 겨울철 바람을 막는 방사림의 역할도 한다.

▲ 말리는 모습이 장관인 대청도 홍어
# 연흔의 바다이자 지층이 뒤집힌 답동해변가의 암석

대청도 선진포구 맞은편 북쪽 해안가에 마련된 답동산책로는 퇴적기원의 변성암이지만, 퇴적암의 특징인 층리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층리는 거의 수직으로 서 있으며 차별침식을 받아 울퉁불퉁하고 미세한 습곡이 발달돼 있다. 일부는 지층이 거대한 횡압력을 받아 뒤집힌 곳도 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큰 곳이다.

글=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회 회장, 삼산고등학교장
정리=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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