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 서울의 올림픽대로, 내부순환도로를 지나는 차량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가 혼잡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도시교통정비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편도 4차선 이상, 시속 30㎞미만의 도시고속도로도 혼잡통행료 부과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혼잡통행료 징수제가 교통량 감소 효과를 거두었는지는 지금 당장이라도 남산 터널 현장에 나가보면 알 수 있다. 효과 여부를 말하기에 앞서 정상적인 모습을 갖춘 국가에서의 혼잡통행료제 실시는 일종의 국가권력의 횡포라는 점에서 차제에 이 제도를 아예 폐지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권고한다.

예를 들어 서울 흑석동에서 강남 쪽으로 가는 차량이 올림픽대로를 타지 않으려면 국립묘지를 거쳐 반포로 이어지는 더욱 혼잡한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압구정로를 비롯한 강남 일대를 동서로 잇는 도로 역시 마찬가지 사정이어서 이 구간의 올림픽대로 통행량을 줄이려면 옆 도로를 더욱 혼잡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아직 지하철 노선도 마땅치 않고 또 업무 및 생활 패턴의 변화에 따라 승용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직업군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결국 새로운 구역에 대해 혼잡통행료제가 적용돼도 교통량 감소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시민들의 주머니나 터는 역할밖에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같은 결과는 혼잡통행료 시행 초기부터 우려됐던 사항으로,시민 주머니를 털어 교통량을 줄이는 효과라도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도 못한 터에 이 제도를 확대 시행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에서는 승용차의 도심 진입을 억제하기 위한 혼잡통행료 실시나 대체 교통수단의 원활한 공급이 가능하기도 하고 명분도 선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도시국가도 아니고 국민 각자의 생활 패턴을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한 눈에 파악해 계획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니다. 교통 혼잡 문제를 혼잡통행료 같은 단순한 기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된다는 얘기다. 대안은 수도권 정비,지방 활성화, 국가 기능의 재배치 등 종합적인 국토계획을 통해 찾는 수밖에 없다.

교통.주택.건설.국토계획 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는 건설교통부는 옛날 교통부,건설부 때는 물론 양 부처가 합쳐진 94년 이후에도 줄곧 주택문제와 교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장기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혼잡통행료 문제 뿐만 아니라 올들어 계속 내놓고 있는 부동산 투기 억제대책 역시 매번 비슷한 내용의 대증요 법을 내놓는데 그치고 있는 중이다. 수도권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분당, 일산에이어 신도시를 또 건설하겠다는 발상 역시 혼잡통행료 확대실시와 비슷한 졸작으로 평가된다. 다시 한번 지적하지만 수도권 교통난이나 주택난 문제는 따로 떼어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통, 주택 문제 뿐만 아니라 환경, 범죄, 교육 등 수도권 문제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혼잡통행료, 수도권 신도시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수도권 및 국토 계획을 재정비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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