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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길 인천 부평정수사업소장

최근 몇 년 동안 예년에 비해 강우량이 60~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기후 변화 때문인지 현저하게 적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우리의 상수원(上水源)인 팔당호가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예전부터 전국 최고 수질의 상수원으로 인정받아 왔던 팔당호였으나 지난해 연말부터 추운 겨울에도 냄새를 유발하는 조류가 발생해 한강수계의 수도권 정수장에서는 수돗물 정수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시민들이 수돗물을 믿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물에서 냄새가 나서라고 한다. 이런 냄새를 없애기 위해 수도권 정수장에서는 활성탄을 투입해 냄새를 제거해오다 이제는 앞다퉈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고도 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먼 낙동강수계의 정수장에서만 그런 줄 알았더니 한강수계의 정수장에서도 고도 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하느라 지방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수천억 이상을 투입하고 있고, 인천도 뒤질세라 약 1천372억 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고도 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과연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런데 문제는 환경부에서 팔당호 주변지역 지원 및 수질개선을 위해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주민들로부터 ‘물이용부담금’이란 명목으로 수도요금 고지서에 매달 꼬박꼬박 수돗물 사용량에 따라 t당 170원을 포함시켜 부과하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6조1천76억 원이라는 엄청난 부담금을 인천을 비롯한 서울, 경기 등 한강 하류지역 주민들에게서 거둬갔다. 이렇게 거둬들인 물이용부담금은 주민지원과 팔당호 수질 개선을 위해 사용한다고 하지만 현재 팔당호의 수질은 1999년 시행 당시보다 떨어진 2등급을 오락가락 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도 수질개선은커녕 수도권 2천400만 명의 젖줄이 계속 오염되는 상황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비용을 투입해도 팔당호의 수질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수도권 지자체에서는 이중으로 고도 정수처리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물이용부담금은 환경부와 한강수계 서울·인천·경기·충북·강원 등 5개 시도가 2005년까지 팔당호의 수질을 1급수(BOD 1㎎/ℓ이하)로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강상수원 규제지역 주민지원과 수질개선의 재원 마련을 위해 1999년에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제도다. 그러나 한강수계의 수질은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고 주민들의 부담은 늘어만 가는데 차라리 물이용부담금으로 한강하류지역의 정수장에 고도 정수처리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도대체 수질개선의 여지가 없는 상류지역에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토지매입 비용보다는 실제로 하류지역 주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도 정수처리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인천과 서울에서 2차례 열린 토론회에서 물이용부담금 제도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돗물을 사용하는 자는 자신의 편익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수도요금 외에 별도로 사용량에 따라 중복적으로 물이용부담금을 부담하게 된다"며 "이는 명백한 이중 부과행위로 평등권과 재산권까지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법적인 다툼의 소지도 있고 한강수계 상·하류 간의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물이용 부담금을 상·하류 간에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매년 약 5천억 원이나 되는 돈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상류지역에 일방적으로 퍼주기식 대책보다는 하류지역의 주민들에게도 고도 정수처리된 수돗물을 공급하는 등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한강수계기금의 용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 방법이 갈등을 치유하고 진정한 상생과 소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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