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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정치학 박사
미국의 신임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이 아시아 한중일 3국 순방 중 18일부터 19일까지 1박 2일간 중국을 방문했다. 한국의 관심은 당연히 사드배치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중국의 사드 몽니에 대한 미국의 조정으로 큰 틀에서의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8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첫 외교장관회담에서 엇박자만 확인한 채 북핵문제 해법이나 사드배치 문제 관련 평행선만을 확인했고, 19일 시진핑과의 예방에서도 중·미 협력을 위한 상호 노력을 강조했을 뿐 긴장으로 얽혀 있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1950년 1월 12일 발표된 ‘애치슨라인’은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극동방위선을 일방적으로 긋고 남한에서 미군을 전원철수시켰다. 그후 북한의 남침도발은 애치슨라인에서 한국방위가 제외됐기 때문이라는 책임론도 있다. 더욱이 과거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미국에 대한 아픈 기억도 있으니 국익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렉스 틸러슨 장관의 발언 중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our important ally)’, 한국은 ‘동북아의 안정과 관계가 있는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an important partner)’로 차별적 언급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없지 않다. 한미동맹 64년의 역사 속에서 한미동맹을 미일동맹보다 차등화해 표현된 것은 트럼프 정부가 처음 한 언급으로 유심히 살피고 미국에 엄중한 주의를 전할 필요가 있다.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한미동맹은 동북아 안정의 급소라는 의미의 ‘린치핀(linchpin)’, 미일동맹을 동북아의 기초석 관계라는 뜻의 ‘코너스톤(corner stone)’으로 비유해 굳이 동맹국에 대한 차별적 관계 표현은 노골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20일 방한한 미 북핵6자회담 대표인 조셉 윤이 틸러슨 장관이 중국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해 분명한 대중 메시지를 남겼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7일 틸러슨이 "중국의 과도한 보복행위는 불필요하고 굉장히 우려스러운 행동"이라며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틸러슨의 지적은 중국의 사드 몽니에 대한 한국에 대한 더 이상의 망나니짓이 자제될 것이라는 전망을 기대하게 한다. 결국 한미동맹의 이해 당사국인 미국의 강한 불쾌감이 중국에 직접 전달된 것이다. 더 이상 사드 배치를 문제시 할 경우에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방관하지만 않겠다는 메시지로 상황의 유연한 관리를 주문한 것이다. 사드 문제의 본질을 거듭 강조하거니와 사드는 미국의 외국 주둔군대에 대한 보호를 위한 군사업무(military affairs)의 하나로서 미군의 무기배치 업무일 뿐이다.

 1953년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상호적 합의에 의해 미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the right to dispose)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grants)하고, 미국은 이를 수락(accepts)한다"라고 명시돼 엄격한 의미로 미국의 권리행사로서 중국이 개입할 문제라면 미·중 간의 업무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중국의 속내가 다분히 의도적인 한미동맹 균열을 노린 전략전술적 행위라는 것도 알 수 있다. 만일 사드 배치가 한국정부에 의해 거부된다면 이것은 곧장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의 파기로 심각한 한미동맹의 균열을 상징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 점을 알고 중국병법 36계에 나오는 제19계 부저추신(釜底抽薪)으로 ‘솥 밑에서 장작을 빼낸다’는 전술로 한미동맹의 견고한 고리를 끊으려는 무서운 계략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중국의 사드 시비는 한미동맹의 당연한 군사업무인 것을 알면서도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경제를 흔들어서 한국민에 대한 겁박과 소요를 유도해 중국의 속내를 숨겼던 것으로 진단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방부가 좌고우면없이 키리졸브연습의 한미 연례방어훈련에 임해 즉각적인 배치를 한 것은 매우 잘한 것이다. 최근 중국의 오만과 무례에 약소국의 서러움을 겪으면서 국민적 아픔이 되고 있다. 오늘의 이 오욕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상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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