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127분/드라마/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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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미국 나사의 전신인 항공자문위원회(NACA)에서 일했던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캐서린(타라지 P. 헨슨 분)·도로시(옥타비아 스펜서)·메리(저넬 모네) 세 명의 실존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히든 피겨스’의 시대적 배경은 흑인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던 1960년대이다. 당시 흑인 여성이 버스의 백인 칸에 앉았다간 바로 승차를 거부당했고, 백인 식당에서 흑인은 음식을 먹을 수 없으며, 흑인 입학을 명령받은 학교는 자진 폐교해 학생을 받지 않을 정도로 차별이 심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흑인 여성들이 어떻게 미국 항공자문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바로 우주 진출을 놓고 벌어진 미국과 소련 간 자존심 싸움 때문이다.

최초 우주 탐사의 기록을 소련에게 빼앗긴 미국은 연구에 박차를 기하기 위해 흑인 여성에게까지 채용의 문을 연다. 천부적인 수학 능력을 지닌 캐서린과 프로그래머 도로시, 엔지니어 메리가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되며 영화는 시작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등의 각종 차별을 겪게 된다. 미국 측의 연구가 난항을 이어가지만 이 3명의 흑인 여성들이 어려운 수학 공식을 찾아내는 등의 활약을 펼치면서 미국·소련 간 우주 경쟁에서 승리를 이끈다는 내용이다.

‘히든 피겨스’라는 영화 제목처럼 숨겨진(가려진) 인물들을 세상에 알린 사람은 동명 책을 쓴 마고 리 셰털리(Margot Lee Shetterly)이다. 직접 듣고 확인한 내용을 책으로 펴내 인기를 끌다가 이번에 영화로도 나온 것이다.

제74회 골든글로브 2개 부문(여우조연상·음악상), 제89회 아카데미 3개 부문(작품상·여우조연상·각색상) 후보에 지명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흥행 성적도 좋다. 개봉과 동시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니까 말이다.

흑백 차별을 뚫고 세계 각국의 우주 경쟁에서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인 ‘히든 피겨스’를 여성영화로 보는 이들이 많다. 여성영화로 같은 시기에 개봉한 작품이 또 있다. 23일 개봉한 일본 영화 ‘행복 목욕탕’으로, 책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 말고는 ‘히든 피겨스’와 확연히 다른 여성영화이지만 추천하고 싶은 영화 중 하나이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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