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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순이 인하공업전문대학 호텔경영학과 외래교수
중국이 지난해 한미 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을 상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고 있고 민간 분야에서 가장 파장과 효과가 큰 관광 보복으로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광업계가 풍전등화의 격랑 앞에 놓여 있다. 한국 여행을 오기로 한 유커들이 일정을 갑작스레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고 중국정부는 앞으로 베이징을 시작으로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 중단 등의 조치를 전역으로 확대하는 등 고강도의 보복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에 따른 피해에서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부터 중국과 연결하는 크루즈 운항이 대부분 취소됐다. 크루즈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많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인천항에 입항할 것으로 예상하는 크루즈 40척 가운데 중국발 크루즈는 29척이나 된다. 중국 정부의 조치에 따라 중국발 크루즈가 인천에 기항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화장품 제조판매사인 중국 코우천그룹이 임직원 4천 명, 중국 의료기기업체 유더그룹 임직원 1만2천 명 등 인천에 오기로 했지만 현재로선 방문이 불투명하다.

 중국 아오란그룹을 시작으로 자난해에만 11개 업체가 인천에서 기업회의를 가졌고 임직원 2만330명은 포상관광으로 인천 곳곳을 방문했다. 월미도에서 열렸던 치맥파티도 인천시와 협약까지 했지만 재방문 일정 협의가 아직까지 없다. 중국 정부는 이달 15일부터 한국관광 상품에 대해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까지 전 루트를 망라한 전면적인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고 한다. 한반도 사드배치가 속도를 내자 이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관광 상품을 통한 패키지 단체 여행뿐만 아니라 개별여행이라 하더라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예매하고 한국으로 출국하는 것마저 금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한한령이 본격화됐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오는 5월 미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할 경우 중국이 ‘공식적’인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중국관광객을 대신할 대체재가 없다고 해서 넋 놓고 마냥 기다릴 순 없다. 우리나라 관광은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 산업이다. 단순한 소비산업이 아니라 관련 내수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산업이다. 외래관광객이 한국에서 소비한 지출 규모가 2010년 97억 달러에서 2014년 177억 달러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중국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반한다고 경제제재를 가한 것이 늘 있었고 당하는 국가가 늘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나라별로 프랑스, 필리핀, 몽골은 중국의 정치적 요구에 굴복하다시피 했고, 일본, 타이완, 노르웨이는 정치적 입장을 지키면서 경제제재를 극복했다. 중국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한 나라의 비슷한 점은 차분하고 의연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내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변화와 개선에 노력해 고객 다변화로 경제체질을 강화해서 위기를 극복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메르스 사태를 겪은 탓에 관광업계는 사드배치로 인한 두려움이 있다. 인바운드 관광 시장도 심리적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다. 우리는 메르스 사태 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다. 사드배치로 관광업계가 타격을 받더라도 민관이 합심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광 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드배치라는 불확실한 변수에 골몰하기보다는 여행업계 스스로 좋은 상품과 서비스 개발 등 자생적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우리나라 고유의 관광 콘텐츠 확층 및 지역 특색에 맞는 관광코스 개발에 집중해 한국 관광의 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관광 관련 업계는 외래관광객에게 감동을 주는 친절한 서비스와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해 나간다면 어떠한 악조건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 인천 관광 위기를 질적 체질강화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저력을 발휘할 시점이다. 동시에 혹독하지만 유커 일변도의 정책에서 관광 수출의 다변화를 통해 장기적 전략을 세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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