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섬·포구…. 산골과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듣기만 해도 벅찬 말이다. 뭔가 다른 세계가 있을 것만 같아 파란 꿈이 저절로 피어오른다. 육지와는 다른 자연경관과 동식물상, 사람살이, 독특한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중 옹진군 덕적면은 섬의 수가 많은 만큼 다양한 이색 볼거리가 많아 ‘옹진해변의 지존’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덕적면(德積面)’은 주변에 문갑도·굴업도·백아도·울도·지도 등 크고 작은 42개의 유·무인도를 거느리고 있어 ‘덕적군도(德積群島)’라 부른다.
덕적군도는 지금으로부터 1만8천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물러나면서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마식령산맥 말단부의 산봉우리들이 섬으로 남아 현재의 모습을 이룬 것이다.
덕적도 북쪽 해안은 대부분 암석에 부서진 크고 작은 자갈과 갯벌로 구성돼 있는 반면, 남서쪽 해안에는 모래로 구성된 서포리 해수욕장, 밧지름 해수욕장, 진리 해수욕장 등이 발달했다. 이들 해수욕장의 배후에는 100년 이상 된 적송 군락지가 발달돼 있을 뿐 아니라, 고운 모래와 경사도가 완만해 해수욕장으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덕적도의 서쪽에 위치한 서포리 해변은 서해안에서 제1의 해변으로 손꼽힌다. 이미 45년 전 국민 관광지로 지정된 곳답게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오토캠핑장과 공원, 바닷가 놀이터, 테니스장, 음식점, 노래방 등 웬만한 레저시설은 다 준비된 편이다. 경사가 완만한 해변은 길이 3㎞, 폭 100m의 눈부신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가족끼리 놀기에 적당하다. 인천에도 이렇게 규모가 큰 사빈이 형성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매우 큰 해수욕장이다.
서포리 해수욕장 적송 군락지 초입에는 최분도 신부의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최분도 신부는 덕적도 성당에 부임한 외국인 신부로 10년간 서포리에 머물면서 덕적도에 병원을 설립하고 상수도와 전기를 공급했다. 대규모 간척사업을 하는 등 덕적도 주민들의 자립과 복지를 위해 큰 공헌을 했다. 마을 주민들은 고마운 최 신부를 오래 기억하고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서포리 해변 입구에 공적비를 세웠다.
능동자갈 해변은 자갈들이 퇴적돼 형성된 역암·모래가 쌓여 형성된 사암, 점토로 구성된 이암 등이 변성을 받아 형성된 퇴적 기원의 변성암 자갈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있는 자갈은 작은 것부터 큰 호박돌까지 크기가 다양하고, 파도에 침식을 받아 자갈 표면 또한 모난 구석 없이 동그랗고 반질반질해 맨발로 걸으면 자연스레 지압 효과를 볼 수 있다.
능동자갈 해변 북쪽 해안가에는 낙타가 앉아 있다가 막 일어나려는 듯 머리를 하늘로 쳐들고 있는 바위를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낙타바위’라고 부른다.
간조 때 낙타바위에 접근해 암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낙타의 머리와 등에 해당되는 부분은 역암으로, 목에 해당되는 부분은 흑색 이암으로 구성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흑색의 이암 부분에는 크고 작은 구멍이 많이 뚫린 풍화혈(타포니)을 보여 주고 있다.
능동자갈 해변 뒤편에는 100여 년 된 왕소사나무 3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무더운 여름철에 능동자갈 마당을 찾는 이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시원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덕적도에 식생하고 있는 나무는 주로 소나무와 왕소사나무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수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나무 종자로 산림청으로부터 유전자보호수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비조봉 정상은 안개가 자주 끼는 곳으로 유명한데 안개가 걷히는 순간의 경관이 너무도 신비로워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러한 아름다운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서인지 능선 길을 따라 시원한 서해의 풍광을 바라보며 트레킹의 즐거움을 즐기려는 등산객의 발길이 오늘도 끊이질 않는다.
정리=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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