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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환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20세기 후반만 하더라도 과학기술의 변화로 인한 미래사회의 예측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를 접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학자들이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흥밋거리로 듣거나 먼 미래에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가능성이 낮은 사건으로 치부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30년 전에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과학기술이 실제로 구현되는 것을 보면서 미래예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올해 출판된 ‘세계미래보고서 2055’에서는 밀레니엄 프로젝트 미래학자들이 뽑은 2016년 현실이 된 30년 전 예측 기술 10가지를 발표했다.

 첫 번째는 작년에 크게 관심을 모았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전에 대한 예측이다. 인공지능이 인간 바둑고수를 이긴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의 운전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자율주행차의 출현이다. 세 번째는 아버지의 정자, 어머니의 난자, 그리고 제3의 인물인 다른 여성의 자궁을 빌려 아이를 출산하는 유전적으로 세 명의 부모를 가진 아이의 탄생이다. 네 번째는 말기 뇌종양을 앓고 있는 14세 소녀를 극저온 상태로 보존한 것이다. 그녀는 20~30년 후 특정 질병의 치료법이 개발되면 다시 깨어나 치료를 받게 될 것이다. 다섯 번째는 인조인간이나 생물학적 부모 없이 인간을 창조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기술로서, 지금까지 자연에서 발견된 어떤 자가복제 유전체보다 작은 크기인 473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생명체인 ‘마이코플라즈마 마이코이데스 JCVI-syn 3.0’의 제작이다.

 여섯 번째는 인간 스스로 신생명체 창조가 가능하며, 질병인자를 잘라내서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 ‘크리스퍼’의 개발이다. 일곱째는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로봇 휠체어의 움직임을 제어하게 하는 무선 두뇌 인터페이스 기술인데, 이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로서 인간과 기계가 본질적인 언어소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덟 번째는 완전 몰입형의 가상현실 헤드셋이 제공되므로, 실제 세계와 거의 동일한 가상현실이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아홉 번째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용량이 153기가와트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캐나다의 전체 에너지 수요에 맞먹는 용량이다. 열 번째는 2016년 2월에 마친 수소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한 핵융합 기기 실험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핵융합 장치 제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실험이다.

 10가지 기술을 하나씩 나열한 이유는 현재 과학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는지에 대한 고찰과 과연 30년 전에 우리는 이러한 과학기술에 대해 과연 실현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지금부터 30년 전이면 1987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6·29 민주화 선언이 일어나면서 대통령 직선제의 6공화국이 탄생되는 기초가 된 해이다. 나는 이때 대학원 1학년생이었는데, 대학교 설치된 MV10000이라는 중앙컴퓨터를 이용해 수리 계산을 했던 때이다. 그런데, 이 중앙컴퓨터가 지금의 pc보다도 계산 속도가 훨씬 느린 때였다. 그 당시 위에 열거한 10가지 기술은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시대였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과학기술들을 그 당시 미래학자들은 예측을 했고, 실제 30년이 지난 지금 실현됐다. 지금은 30년 전보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 우리가 지금 상상하면, 상상하는 것보다 더욱 크게 변화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미래연구에 대한 정의가 있다. 특히 피터 드러커는 "미래예측이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미래성을 이해하고 현재를 분명히 아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회·경제적 현상,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하기에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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