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jpg
▲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마다 빼놓지 않고 내놓는 것이 교육공약이다. 전 국민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을 뿐더러 비용 대비 선전효과가 커서 그런지는 몰라도 후보들이 가장 만만하게 다루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또한 교육공약이다. 이번 대선 공약들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잘 보관해 뒀던 지난 번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된 후보들의 선거 공보지에서 교육 공약들을 살펴봤다.

 5세까지 맞춤형 무상보육,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대학 등록금 절반, 사교육비 획기적 경감, 시 전체 예산의 교육예산 10% 우선 책정, 500억 장학기금 조성, 수능성적 향상을 위한 교육여건 개선, 인천 특화산업과 연계한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설치 등등 수없이 많다.

 그 공약들이 약속대로 실현되고 있기는 한 것인지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없는 일반 시민들은 사실 알 길이 없다. 대선을 목전에 둔 여야 대선주자들 역시 다양한 교육공약들을 내놓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무·무상교육 확대, 입시 제도 개편, 대학 지원 체제 개선과 교육격차 해소, 사교육비 부담 완화 등 교육의 공공성과 국가 책무성 강화를 위한 거창한 공약들을 하나같이 내세우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행 교육 시스템의 한계와 문제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종합해 준비한 공약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선거 때만 되면 늘 등장하곤 하던 교육 공약들이 대부분이거니와 실제로 그 공약들은 역대 정부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임기 안에 눈에 띄는 성과조차 내기가 어려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 중에는 교육부 권한·기능 축소와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등도 있다. 초당적 합의기구인 국가교육위가 중장기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교육부에는 일부 정책 조정·집행 기능만 맡기자는 의도일 것이다. 아마도 국정 역사교과서 파동이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싼 논란 등에서 교육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교육부 ‘기능개편’을 내놓은 모양이다.

 만 3∼4세 무상교육화, 초·중·고교생 전체 대상 교육수당 신설, 대학생 장학금 확대, 국공립대 무상등록금과 같이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공약들과 자사고·특목고 폐지, 수능의 자격 고사화, 국립대 공동입학·학위제도 등장했다. 일부 후보는 현재의 6.3.3.4 학제를 개편하겠다는 공약도 들고 나왔고 국공립대 통합, 사교육비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안까지 내놓았다.

 수많은 교육 공약들의 대부분이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교육과 취업 성과까지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인식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겠지만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입시나 사교육비 관련 공약을 실제로 성공시킨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이런 교육공약들은 사실 집권세력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사회적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공약들도 많아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함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개선이 필요한 교육 문제의 뿌리가 교육에 있는지, 아니면 사회적·경제적 요인에 있는지를 먼저 분석해 보고 이제는 정치권력이 짧은 기간에 공약을 만들고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밀어붙이는 시스템을 고쳐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런 견해에 대해 정치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마이동풍(馬耳東風)일지도 모르겠다. 역대 모든 후보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당선을 위해서라면 실현 가능성은 지금 당장 문제가 되질 않을 것이고 당선 후에도 늘 그래왔듯이 슬그머니 예산 부족이나 적당한 이유를 들어 취소하면 그만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들의 공약을 두고 인기영합주의 혹은 대중영합주의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포퓰리즘(populism)’ 논쟁이 벌어지게 된다. 포퓰리즘이란 말로 비난받아 마땅한 정책은 ‘국민이나 시민들의 표만을 의식해서 현실성 없는 터무니없는 정책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정책’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할 만큼 좋은 교육공약들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후보자들의 교육공약들을 세심하게 살펴 볼 일이다. 정권 교체 때마다 실적과 성과 위주의 교육정책들이 도입돼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학교 교육 시스템에도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줬던 일을 이번에는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