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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구 인천시 관광특별보좌관
윤진기라는 젊은 사업가가 있다. 그는 ‘빙고 F&B’라는 디저트 전문 프렌차이즈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다. 빙고 F&B는 서울, 인천 등지에 8개의 ‘카페 빙고’와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롯데 같은 대기업이 기꺼이 손을 잡을 만큼 성장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월 이천에 있는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에 문을 열었고 앞으로 수도권 일대의 롯데 백화점에도 속속 입점할 계획이다. 회사의 브랜드인 ‘빙고’는 빙수와 고구마의 머리글자에서 따왔다. 그게 빙고 카페의 주력상품이다. 시원한 빙수와 고구마를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를 내는데, 그 중 큼직한 군고구마 위에 다양한 치즈나 각종 토핑을 얹어 주는 ‘치즈 통통’, ‘하니 시나몬’ 같은 게 특히 인기라고 한다. 맛과 영양을 살린데다가 가격까지 착해 젊은이들도 즐겨 찾는다.

 윤 대표는 강화 토박이다. 강화에서 나고 자랐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대학 진학과 생업을 위해 20대에 강화를 떠났지만 그의 부모님과 일가친척들은 아직도 강화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향 강화에 대한 그의 사랑은 참 유별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직 강화뿐’이란다. 그가 야심차게 시작한 디저트 사업의 영업 비밀도 강화에 대한 애정 속에 숨어 있다. 카페 빙고의 주 식자재인 고구마는 모두 강화도 산(産) ‘속노랑고구마’다. 강화 속노랑고구마는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특산품이다. 하지만 같은 속노랑고구마라도 모두 잘 팔리는 건 아니다. 너무 커도 그렇고, 너무 작아도 상품성이 떨어진다. 팔기에는 애매하고 버리자니 아깝다. 그런데 윤 대표는 그런 것들만 골라 쓴다. 제 고향 농산물로 사업을 하겠다는 발상만으로도 기특한데, 그런 애물단지를 처리해준다 하니 대견하기 그지없다.

 윤 대표의 사례는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첫 번째는 로컬 푸드(local food)의 사업화 가능성이다. 로컬 푸드란 반경 50㎞ 이내의 짧은 운송거리에 있는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뜻한다. ‘반경 50㎞ 이내’라는 것이 명문화된 규정은 아니지만 윤 대표는 이를 철저히 준수한다. 강화와 가까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빙고 카페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전국적인 브랜드가 될 수도 있지만 윤 대표는 스스로 사업 영역을 제한하면서까지 로컬 푸드의 정신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작지만 큰 성공이다. 로컬 푸드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윤 대표는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역 특산품이 도시의 브랜드 홍보에 미치는 영향을 새삼 일깨워 줬다는 점이다. 빙고 카페의 메뉴판에는 ‘100% 강화도 속노랑고구마 사용’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카페를 찾는 고객들은 메뉴를 고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천 강화도에서 속노랑고구마란 게 나는 구나’ 생각할 것이다. ‘강화’와 ‘속노랑고구마’가 동시에 홍보되는 셈이다. 마치 굴비하면 전남 영광을, 대게하면 경북 영덕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도시 홍보에 먹거리처럼 효과적인 것이 또 있을까. 지난 2005년 정부가 상표법에 ‘지리적 표시 단체 표장제’를 도입한 것도 특산품이 원산지 홍보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차제에 속노랑고구마도 앞에 ‘강화’를 붙여 등록해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는 기업가 정신의 본보기가 돼 줬다는 사실이다. 기업가 정신이란 이윤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목적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기업가가 갖춰야 할 기본자세나 정신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Schumpeter)는 혁신적 기업가는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생산 방법을 도입하고 과감하게 신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원료나 부품의 공급 등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고향의 농산물, 그것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고구마만 골라 신제품을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돈을 버는 동시에 고향의 지역경제 발전에 일조하고 있으며 고객들의 건강까지 챙겨주고 있는 것이다.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 정신에 꼭 들어맞지 않는가. 아무쪼록 우리의 빙고 카페가 제철, 제 지역에서 나는 식자재만 고집해 세계 최고 레스토랑의 반열에 오른 덴마크의 노마(NOMA)처럼 더 크고 멋지게 성장, 발전하길 기원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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