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이해 못할 성장방안 아닐까요. 결국 이렇게 됐네요."

 전례 없는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을 최근 내놓은 한국씨티은행의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실린 글이다. 전국 영업점 133곳 중 101곳을 닫는 대대적인 변화 예고에 대해 화가 난다는 은행원의 반응부터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자조 섞인 표현도 나온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모바일·인터넷 등 비대면 영업채널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며 인력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동조합 측은 전국의 영업점 76%를 폐쇄한다는 방침은 인력 구조조정의 사전 포석이라며 오는 10일 단체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영업점 대통합·희망퇴직 등의 이유로 2014년 벌어진 노사 갈등이 또다시 재현되는 분위기다. 과거의 갈등 모습을 보았기에, 이번에 더욱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133곳 영업점 중 59곳이 경인권(경기 44·인천 15)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시작은 1981년 설립된 한미금융으로, 1983년 한미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8년에 경기은행을 인수해 경기와 인천에 영업점이 많다. 경기은행의 전신은 1969년 세워진 인천은행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도 많지 않을 정도로 인천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지 오래다.

 놀랍게도 한국씨티은행 근로자의 평균 근속년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15.8년이란다. 경기은행부터 근무했던 근로자들이 총 3천544명 직원 중에 아직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지역의 언론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여럿 있다. 은행이 발표한 차세대 소비자금융전략이, 짐 콜린스(Jim Collins)가 쓴 경영학 저서의 제목처럼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to-great)’성장하기 위한 조치인지 아니면 ‘한국에서의 철수 준비’ 또는 ‘소통 없는 구조조정’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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