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모사업으로 진행하는 ‘도서지역 활성화’ 사업이 인천시의 어설픈 행정에 발이 묶였다.

섬 주민들의 생활 지원 명목으로 각종 시설을 조성했지만 사전에 상충되는 법 규정을 제대로 해석하지 않아 무용지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3일 인천시와 각 기초단체에 따르면 행정자치부 도서지역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찾아가고 싶은 섬’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행자부의 공모사업이 진행된 곳은 모두 다섯 곳이다. 강화군 볼음도의 ‘저어새 생태마을 조성’, 옹진군 이작도의 ‘바다생태마을 조성’, 덕적도의 ‘나그네 섬 덕적도 조성’, 승봉도의 ‘치유의 섬 승봉도’, 무의도의 ‘춤추는 소무의도’ 등이다. 이들 사업은 올해까지 국·시비와 기초단체 예산 등 총 109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시설은 한 곳도 없다. 기존 법률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조성된 시설은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법인에게 위탁운영하도록 설계됐다. 그럼에도 행자부의 공모사업이 공유재산법과 충돌하면서 위탁이 어렵게 돼 시설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옹진군 이작도는 지난해 9월 ‘이작생태환경교육센터’가 준공됐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위탁계약을 못하고 있다. 시설 조성 후 위탁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업이 공유재산법에 위배되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시설을 위탁할 경우 공유재산법에 따라 주민들에게 위탁비용을 받아야 하지만 이는 행자부 공모사업 취지에 위배된다. 옹진군은 궁여지책으로 문화관광해설사 2명을 파견해 겨우 문만 열어 두고 있다.

이달 중 개장을 앞둔 승봉도 캠핑장 역시 같은 이유로 당분간은 위탁이 어려워 이용객 없이 시설 유지만 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민에게 위탁한 곳도 있지만 운영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강화도 볼음도에 조성된 저어새 생태마을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마을운영위원회에 시설사용료를 받는 대신 시설유지관리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수입이 없고, 기초단체 역시 이용객이나 수입 등을 파악하지 못해 사실상 방치 상태다.

결국 행정기관의 어설픈 행정으로 섬을 도서지역 활성화 거점으로 만들고 주민 공동체 수입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는 퇴색됐지만 시와 기초단체는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찾아가고 싶은 섬 사업 운영은 이제 시작단계로, 법 해석에 문제가 있어 행자부에서도 지침을 검토하는 용역을 진행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위탁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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