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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승철 시흥시 보건소장
얼마 전 자살 위기자 상담 전화인 ‘정신건강 핫라인(☎1577-0199)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홀로 사는 한 50대 남성이 자살을 앞두고 유언을 남기기 위해 건 전화였다. 고소득자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고 근로 능력도 있지만, 건강이 나빠지면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고 했다.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크게 상했고 이로 인해 극단적인 생각마저 갖게 된 것이다. 최근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주어진 생을 거부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유가 다양해지는 만큼 자살률 역시 급증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OECD 평균 자살률이 12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8.7명(2013년도 기준)이다. 단독 사망 원인으로는 사망 원인 1위인 암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한다. 시흥시는 어떨까. 2015년 자살 사망자는 113명이다. 3일에 한 명꼴로 자살한다는 소리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8.8명으로 경기도 평균 25.3명과의 비교에서는 31개 시군 중 상위 9위다. 가장 큰 문제는 자살 위험군 발굴의 어려움이다. 자살을 염두에 둔 이들은 "나 죽을 거야"라고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 상담기관을 찾지도 않는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도 어디에 요청해야 할지 모른다. 이런 이유로 자살 시도자가 실제 자살을 시도해야지만 발견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우리 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3월 ‘시흥시 자살예방센터’를 개소하고 경찰서와의 데이터 공유를 통해 다양한 자살위험군 발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주변인들이 잠재 자살 시도자의 자살 증후를 미리 감지해 대응하는 게이트키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자살 시도자의 주 접촉기관인 경찰서, 소방서, 병원, 복지관 등의 실무자에게 자살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게이트키퍼는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자살 증후가 감지되는 이들에게 관심을 두고 센터로 연계하는 등 자살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시에서는 교육에 참여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생명사랑 지킴이단’이 있다. 30여 명의 자원봉사 시민들로만 이루어진 주민참여형 지킴이단으로 전반적인 위험군 발굴을 위해 이동상담을 하거나 청소년 자살예방 교육을 하는 등 자살예방 전문가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시흥시는 자살률 1위인 40~50대 남성 자살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관내 학교와 ‘흥 나는 학교 흥 나는 가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정통신문이나 부모교육을 통해 청소년 자녀를 둔 자살 위험군 학부모를 파악하고 집중적으로 관리해 자살 고위험군 발굴률을 전년 대비 50%까지 높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자살 위험도가 높은 노인도 안전망이 절실하다. 시흥시는 어르신이 자주 방문하는 병·의원 및 거점약국 98개와 협력해 자살예방 사업을 홍보하고 우울증약 복용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지역연계 협력을 통한 금빛 안전망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맞춤형 사업도 활발하다. 관내 전체 번개탄 자살률의 56%를 차지하는 정왕지역에서는 번개탄 판매업소 41곳을 대상으로 판매 개선을 위한 ‘생명사랑실천가게(자살유해 도구 차단 사업)’를 확대하고 있다.

 자살예방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일이 아니다.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마라톤이다. 시흥시는 이처럼 지역밀착형 자살예방 사업을 꾸준히 실행한 결과 ‘2016년 경기도 자살예방 사업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사실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도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사업을 진행하고 성과를 거둔 후 얻은 결론은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 는 것이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 및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다. 자살자들을 보면 1인 가구보다는 오히려 가정이 있지만 가족으로부터 소외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이들이 많다.

 누구든 살면서 어려움에 봉착하고 도저히 힘들어 삶을 지속할 수 없는 순간도 있다. 그때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격려와 위로의 한마디가 삶을 이어갈 용기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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