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
유종인/나남/2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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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이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것은 고단함과 얽매임이 아니라 오히려 오늘에 없는 여유와 자연과 풍류, 삶의 품격과 자유에 대한 새삼스러운 환기이다."

 ‘시인의 언어로 만나 본 조선의 그림’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시인이 조선의 명화를 보고 그림 속에 있는 화가의 마음을 잡아내 풀어낸 책이다. 조선 명화 여행은 맞지만 미술 전문가가 아닌 시인이 길을 안내하는 셈이다.

 안견·김홍도·신윤복 등의 걸작 80여 작품들이 선보인다. 저자는 어렵고 딱딱한 이론을 지양하고 그림에 담긴 화가의 마음을 때론 감성적으로, 때론 아름답게, 그리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며 이런 말로 명화 여행을 시작한다.

 "그림에 담긴 마음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떤 마음으로 그려냈는지 읽어낸다면 그림을 쉽게 헤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조선의 그림에 담긴 마음이란 무엇일까? 이는 화가가 그림에 임하여 드러내고픈 ‘사의(寫意)’라고 할 수 있다. 걸작에는 그린 이의 뜨거운 열정과 혼이 빚어낸 마음이 담기기 마련이다. 세월이 흐르며 작품만 남고 마음은 잊혔기에 이를 더듬어본다."

 저자는 인천에서 태어난 시인 유종인이다. 1996년 계간 「문예중앙」 시 신인상,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한 시인이지만 미술비평의 문외한은 아니다. 2010년 플랫폼 문화비평상 미술비평 당선,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 경력 등이 이를 말해 준다.

 제일 먼저 혜원 신윤복의 그림 ‘월야밀회(月夜密會)’에 대해 이런 평을 남긴다. 조선의 풍속, 연애를 대하는 마음, 조선의 밀월, 인간 본원의 자연스러움이라고.

 자세한 설명과 풀이도 들어보자

 『달은 흐뭇하게 바라본다. 월야밀회. 야밤중인데 골목길 후미진 담 그늘 아래에서 남녀가 밀회를 즐긴다. 달은 담장 바로 위에 떠서 이 수상쩍은 남녀의 은밀한 속삭임과 달아오른 은밀한 몸짓을 엿듣고 싶은 듯하다. 어느 으슥한 처마 밑도 아니고 꽤 넓어 보이는 골목 담장의 휘어드는 모서리에서의 만남은 갈급한 정념이 아니면 쉬 드러나지 않는 구석이다. (중략)은밀하고 민망한 남녀 간의 성적 일탈을 유교적 도덕률로 일방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하나의 으늑하고 정감어린 풍속으로 그려낼 줄 알았다는 점에서 신윤복은 예술가의 자유로운 감성을 지녔다. 신윤복은 인간의 본원적인 욕구와 정념, 남녀상열지사의 당대적 풍속의 적나라함을 그려냄으로써 일종의 미학적 해방과 황홀에 다다르지 않았을까.』

 이렇듯 이 책은 조선의 그림을 풀이하며 옛사람의 숨결을 고스란히 전달해 이를 그대로 느끼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아마도 미술사나 사조, 기법 등을 따지는 딱딱한 해설 대신 그림에 담긴 마음을 읽어 보려는 시인의 소박한 의도 덕분인 듯싶다.

한국의 젊은 부자들  
이신영/메이븐/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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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일푼에서 갑부로 등극한 성공 사례는 흔치 않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61명은 돈·경험·기술·학벌 등에서 별로 가진 게 없었지만 맨주먹으로 시작해 성공한 주인공들이다. 「한국의 젊은 부자들」은 평균 나이 33세, 청년 갑부들의 이야기를 소개한 책이다.

 매출 100억 원대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눔(Noom)’를 세운 정세주(37)대표의 이야기는 읽어 볼수록 대단하다. 홍익대를 중퇴하고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를 탄 뒤 창업 10년 만에 1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거액의 기업 인수 제안을 듣고 그가 내뱉은 말은 바로 "100억 원짜리 회사 만들고 끝낼 거면 시작도 안 했어요"란다.

 한국의 젊은 부자들이 내뿜는 강력한 에너지를 느껴 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목련 비에 젖다 
박수호/시월/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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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시와 동화」 등에 글을 발표하며 시를 쓰기 시작한 박수호 작가의 신작 시집이다. 현재 복사골문학회, 한국시인협회 회원인 그는 ‘박수호시창작교실’을 열고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시인이다. 시집 「목련 비에 젖다」에는 55편의 시가 실려 있다. ‘소박한 삶’과 ‘자기 성찰’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시 창작 기법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시에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삶의 자세’가 묻어나 있다.

 시 ‘있는 그대로’ 전문을 그대로 옮겨 본다.

 『이룬 사랑은 아름답고/이루지 못한 사람도 아름답다//사랑은 가고 없어도/꽃은 필 것이다//꽃진 자리에 열매 맺히기도 한다//우리 살아가는 일이란/일으켜 세워 주는 것이 아니라/스스로 일어나 걸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며/그저 따스한 햇살로, 공기로/먼발치에서 지켜봐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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