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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정말 그 기간 몽골 인천 희망의 숲은 상전벽해가 이뤄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광활한 초원은 기후변화와 인간의 행위로 인해 급속히 황토 사막화됐건만 10년간 가꾼 몽골 인천 희망의 숲은 2m 이상 자란 포풀러나무들을 포함한 넓은 수풀로 변했다. 그 규모도 67㏊에 달하고, 심어진 수목도 10만 그루에 육박한다. 생존율 75%라는 경이적인 통계수치는 나무를 심으러 멀리 몽골까지 간 300여 명의 인천시민, 그리고 이후 나무를 가꾼 몽골 지역주민들이 흘린 땀의 결과다.

 사업의 출발은 단순했다. 매년 봄철 황사가 오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지역이 인천이었기에 황사발원지를 직접 방문해보자는 소박한 의견에서 시작됐다. 이후 답사를 통해 몽골 초원의 사막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로 인한 황사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안으로 나무심기사업이 제안된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불가피했다. 유목민의 성격상 나무를 가꾸어야 한다는 인식이 낮은 몽골주민들을 상대로 수목 관리를 맡겨야 했기에 오랜 기간 주민교육이 필요했고, 일부 지역에 심은 나무는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죽는 아픔도 있었다. 하지만 나무심기의 소중함을 교육시키기 위해 진행한 울란바토르 시내 학교 운동장 나무심기 사업은 학생뿐 아니라 기존의 인식을 바꾸는 기회가 됐다.

 인천에서도 초기 몽골 나무심기 사업은 기대반 우려반으로 시작됐다. 그 넓은 초지에 나무 몇 그루 심는다고 사막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우려와 인천도 녹지가 많이 부족하니 이왕 돈 들여 심을 거면 인천에 심는 것이 시민들 입장에서도 더 유익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수천 ㎞ 떨어진 저 먼 몽골초원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이 지구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계기라는 점에 동의했고, 나아가 몽골과의 건강한 교류의 출발로서 타당하다고 수긍했다.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인천환경원탁회의라는 민간단체 차원에서 인천 시민과 기업들의 성금이 시작됐고, 이후 민간모금의 한계로 사업이 잠시 주춤하자 인천시가 적극 나서서 예산을 편성했다. 지금은 시민 성금과 행정 예산을 함께 운영하는 민관 거버넌스의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이 10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힘은 몽골에 심은 수목이 죽지 않고 성장했기 때문인데, 이는 현지 한국NGO와 몽골주민들의 적극적인 수목 관리 노력의 힘이다. 많은 일반적인 국제교류사업이 실패하거나 일회적 사업으로 머무는 이유는 그 국가의 지역 주민과의 결합 없이 일방적인 시혜성 사업으로 진행돼서다. 하나 몽골 인천 희망의 숲은 초기부터 나무관리를 지역주민에게 맡겨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었고, 민간과 행정이 함께 공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결과적으로 인천시가 이 몽골사업을 국제 지원사업(ODA)으로 홍보하는 계기도 됐다. 이제는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국제기구인 세계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한 인천의 소중한 국제협력 자산이 되고 있다.

지나간 10년을 되돌아보며 새롭게 다가올 10년을 준비한다. 비록 인천 희망의 숲이 일부 성공적이지만 전체적인 몽골의 사막화를 막아내는 데는 역부족이다. 몽골 정부와 좀 더 적극적인 상호 교류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몽골과도 사막화 해결을 위해 시작된 교류가 문화, 교육 등 타 분야로의 협력으로 발전돼야 한다. 이제 올해 5월에도 10번째 나무심기 사업이 몽골에서 진행된다. 2008년 첫 나무를 심으며 "10년이 지나면 그 나무 밑 그늘에 앉아 도시락을 함께 먹자"던 약속,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아마 그 그늘은 세계 그 어떤 아름드리 나무 밑보다도 시원하고 상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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