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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은성 안성시장
‘시네마 천국’이라는 오래된 영화가 있다. 주인공 ‘토토’가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뒤 돌아와 극장 할아버지의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는 1988년 개봉됐으니, 안성시민회관이 1987년 준공돼 처음 안성시민을 만난 것과 비슷한 시기이다.

 영화에서 마을의 유일한 극장이 철거되자, 온 동네 사람들이 나와 마치 사람의 장례식장을 보듯 눈물을 쏟아냈던 장면은 지금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만큼 작은 극장은 그들의 고된 일상에 유일한 휴식이고 즐거움이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친구였던 셈이다.

 1987년부터 30년간 안성시민과 함께 한 안성시민회관이 지난 4월 1일 폐관되며 시민의 곁을 떠났다. 아무런 이별식도 치르지 못했다. 마치 영화 ‘시네마천국’의 토토가 오래된 영화관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볼 때와 오버랩이 되는 이유이다.

 2017년 현재에 둘러보자면 안성시민회관은 삐그덕 거리는 의자에 부족한 주차장 등 턱없이 낙후된 시설이지만, 1987년 처음으로 문을 연 당시에만 해도, 안성시 최고의 문화교육시설로 평가 받으며, 이후 안성시민들의 문화 예술의 둥지가 돼 주었다.

 2000년 이전까지는 주로 시민의 날 행사, 민방위교육 등 문화라고 하기보다 생활과 관련된 단순 행사가 주를 이루었지만, 밀레니엄을 넘어서면서부터 안성시설관리공단으로 위탁 운영되며 연간 200건이 넘는 행사와 공연 속에 시민들이 웃고 즐기고 때때로 배움의 장을 열어주며 명실공히 안성시민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조명과 음향 시설이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공간이 가진 기능적 측면을 떠나, 안성시민이라면 한두 번쯤 시민회관의 딱딱한 의자에 몸을 맡긴 채 무대가 주는 즐거움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시민회관은 매각 절차에 들어갔으며, 토지와 건물을 포함해 추정가격은 39억483만3천 원에 이른다. 시민회관은 많은 추억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이를 대신해 ‘안성맞춤 아트홀’이 올해 8월 새롭게 안성시민의 문화 플랫폼으로 찾아온다.

 현수동에 건립 중인 안성맞춤 아트홀은 단순히 크고 화려한 외형이 전부는 아니다. 안성맞춤 아트홀은 안성시의 문화예술적 도시로서의 도약을 상징하며, 문화가 경쟁력인 시대에 문화관광도시로서의 콘텐츠를 강화한다는 측면을 갖고 있다.

 안성맞춤 아트홀이라는 이름도 시민들의 공모를 통해 지어졌으며, 지난 2010년 7월부터 건립 계획을 수립하고 2012년 1월, 입지를 선정해 2015년 6월 공사에 착수했다.

 안성맞춤 아트홀은 대공연장 999석에 소공연장 300석, 주민편의동 등을 갖췄으며 클래식에서 뮤지컬, 연극, 무용, 콘서트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공연 유치가 가능해진다.

 이 밖에도 전시장과 세미나실, 강의실, 다목적실까지 구비하고 있어 시민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 도시의 문화시설은 때때로 도시 발전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시설도 시민들에게 외면 받는다면 무용지물이며 예산 낭비에 불과할 것이다. 새롭게 우리를 찾아올 ‘안성맞춤 아트홀’은 그곳을 가까이 하고 마음껏 즐기는 시민, 곧 관객이 있을 때에만 진정 완성될 수 있다.

 문화의 도시, 안성 시민들의 생활에 여유와 활력을 찾아줄 ‘안성맞춤 아트홀’이 안성시민에게 두 번째 시네마 천국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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