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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지난달 말 한 일간지에 ‘은행 강도에서 법대 교수로’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11년 전인 1998년에 23살이던 숀 홉우드는 5만 달러를 은행에서 강탈한 죄로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고 합니다. 그랬던 그가 조지타운대학교의 법대 교수가 된 사연이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그의 삶은 수감됐던 교도소에서 도서관 일을 보면서 바뀌었다고 합니다. 도서관에서 틈틈이 읽은 법률 서적들과 범죄자와 재소자로서 직접 체험한 것을 결합시켜 불과 몇 년 안에 변호사 뺨치는 법률 지식을 갖게 되었다는 거예요.

2008년에 출소한 그는 전과자라는 신분 때문에 직장을 구할 수 없자 막노동을 하며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행운이 그에게 다가왔습니다. 그가 교도소에 있을 때 다른 재소자의 재심 청구서를 써주었는데, 그것을 대법원에서 받아들였고, 이것이 계기가 돼 법률 관련 출판사에 취업하게 됩니다. 그리고 로스쿨에 진학해 열심히 공부한 결과 결국 2015년에 변호사가 됐고, 오는 7월부터는 조지타운 법과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게 됩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그에게 꼭 어울립니다. 무엇이 그의 인생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을까를 생각해봅니다. 바로 독서입니다. 책장을 연 그 순간부터 그의 삶은 새롭게 거듭나기 시작했을 겁니다.

캐나다의 오슬러라는 의사는 "자기 전에 15분 동안 책을 읽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라"고 주장합니다. 그에 따르면, 15분 동안 약 4천500자를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책 한 권의 글자 수가 대략 7만5천 자라고 하는데, 이렇게 계산하면 1년이면 2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 한 분야의 책을 50권에서 100권 정도 읽으면 전문가 수준이 된다고 보면, 15분의 자투리 시간이 쌓여 3년 정도 지났을 때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 무척 기대됩니다.

물론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독서 말고도 여러 가지 있을 겁니다. 특히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꼼꼼히 관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선박왕으로 불리는 오나시스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극심한 가난 탓에 교육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그는 청년시절 부두에서 짐을 하역하는 인부였습니다. 그러나 그에겐 ‘선주’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 끝에 선주들의 삶을 모조리 배워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때부터 주급으로 멋진 양복을 빌려 입고는 토요일마다 아테네 시내의 최고급 호텔 로비에 가서 비싼 커피를 마셨습니다. 선주들이 그곳에서 늘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대화 내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경청했습니다. 이것이 훗날 선박왕 오나시스로 태어나게 했습니다.

미국의 거부들의 생애를 연구한 러셀 콘웰의 결론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4천여 명을 조사해보니까 특이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그들은 ‘명확한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줄기차게 ‘학습’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개천’을 우리들의 일상이라고 하면, ‘용’은 꿈과 희망일 겁니다. 개천에서 용이 되어 훨훨 날아가는 상상만으로도 설렙니다. 그리고 ‘배움’을 통해 그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용기를 내어봅니다.

은행 강도에서 법대 교수로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꾼 숀 홉우드의 꿈이 뇌리에 생생합니다. 그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어느 대형 로펌에서 스카우트를 하려고 했지만, 그는 "내 꿈은 과도한 형량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통과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불행한 과거까지도 자신의 장점으로 바꾸어버린 숀 홉우드의 ‘배움’의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도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식과 배움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합니다. 자신이 이미 갖고 있던 지식이 ‘더 큰 지식’에게 자리를 양보할 때 ‘가치’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물이 흐르지 못하면 썩는 것처럼 지식 역시도 같을 겁니다. 늘 새로운 지식으로 과거의 지식을 흘려보낼 때 비로소 더 행복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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