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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제 전 인천불은초등학교 교장
우리는 흔히 행복하지 못한 원인을 정신적이나 물질적으로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했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기대하는 것을 얻고 부족한 것을 채우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득공(1748∼1807) 선생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학업에 정진한 후 생원시와 진사시에 합격했지만 서얼인 탓에 관직의 제한이 있었다. 그는 출사 대신 지기들을 만나며 학문 연구와 역사 연구에 몰두했으며, 채마밭에 나가 일하며 시를 짓는 생활을 했다. 1779년 정조가 서얼허통령을 내리면서 특별히 시문과 글짓기와 해박한 지식이 인정돼 32세에 규장각검서관(奎章閣檢書官)에 임명됐다. 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7년 동안 일곱 차례나 승진해 생활이 안정되고 집도 넓어졌다. 그런데 선생 자신의 행복감과 만족감은 관직도 없고 가난하던 시절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시를 짓지도 않게 되고 어쩌다 짓는 시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아 아쉬움이 커졌다. 관직을 맡아 직무에 충실하며 녹봉을 받고 승진을 하려면, 자기 내면을 가꾸고 꽃을 피울 겨를이 없어지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영원한 고민거리일 것이다.

 고민하던 선생은 자신을 아끼던 정조가 승하(1800년)하자 스스로 관직에서 물러나 은거했다. 그리고 다시 채마밭에 나가 일하며 무꽃에 벌 나비 등이 날아드는 것을 구경하다가 신선한 기분을 되찾고, 다시 시를 지으며 평화로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 정도를 의미하는 삶 만족도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최하위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OECD가 PISA(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의 일환으로 회원국을 포함한 72개국의 15세 학생 54만 명을 대상으로 평균 삶 만족도를 조사한 것이다. 10점 만점에 6.36을 기록한 한국은 OECD 회원국 평균 7.31보다 크게 낮을 뿐 아니라 72개국 중 71위였다. 멕시코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점수인 8.27을 기록했고, 핀란드(7.89), 네덜란드(7.83), 아이슬란드(7.80), 스위스 (7.72)가 뒤를 이었다. 미국은 7.36점을 기록했고 우리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한 회원국은 터키(6.12)가 유일했다.

 한국 학생들의 만족도가 낙제 수준인 이유로는 학업과 장래에 대한 높은 부담감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 반면, 학습 성취 욕구는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최하위 수준인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를 한탄하고 제도나 교육정책, 부족한 지원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 교육의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한다. OECD 측은 한국과 중국, 일본 학생들이 독해와 수학에서 높은 성적을 받았지만 삶에는 덜 만족하고 있다며 ‘뛰어난 학습결과는 좋은 삶의 만족을 희생하면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학교가 학생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신체와 건강교육을 통해 활동적이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의 혜택을 가르쳐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養心(양심) 莫善於寡欲(막선어과욕) : 마음을 기름에는, 욕심을 적게 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사람의 심성은 물욕 때문에 정직함과 공평 등의 이타심이나 도덕성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들은 물욕을 자제할 능력을 자기 수양으로 쌓는다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물욕을 억제할 수 있다면 곧 본심을 회복하는 것이며, 인간된 도리를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맹자의 가르침이다. 높은 학업 성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의 만족도가 낮은 원인은 과연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가정은 물론 학교나 사회에서 앞다투어 큰 꿈, 큰사람을 기대하고 성공과 승리를 강조하기 때문은 아닐까? 교육이 사람다운 사람, 바람직한 인간을 기르는 일이라면 맹자의 말씀처럼 오히려 욕심을 적게 갖도록 가르치고 실천해야 한다. 오늘날 교육이 오히려 순진한 아이들에게 경쟁을 통해 욕심을 일으키게 하고,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가꾸는 방법은 물론 생각할 겨를조차 앗아가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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